바벨의 도서관
마당 깊은 집 본문
마당 깊은 집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은 분단 체험 소설로
한국 전쟁이 끝난 후의 대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무대로 삼고 있는 구체적인 공간은 바로 작품
의 전반부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마당 깊은 집’이다.
소설은 휴전 직후 여러 세대가 사는 '마당 깊은 집' 사람
들의 다양한 삶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옥죄고 변화시켜 가는지 하는 전쟁의 비극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중 화자는 어린 '나'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은 외견상 성장소설의 형태를 보이면서도 또 “나”라는 화자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을 잘 드러내고 있기에 자전적인 성격이 아주 강한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마당 깊은 집’의 여섯 가구는 6·25 이후 대구, 부산 등지에서 전개된 피난민의 삶을 우선 세태 묘사적으로 대변한다. 거기에는 피난민의 삶의 양태가 골고루 나와 있다. 경기댁의 딸 미선이 미국 부대에 근무하다가 미군과 결혼하고 도미하게 되는 일, 상이군인 준호 아버지가 고무팔에 쇠갈고리를 달고 다니며 행상을 하는 일, 평양댁 아들 정태가 월북 미수로 체포된 일, 그리고 소년 길남의 어머니가 기생들 바느질 품팔이로 살아가는 일 등등은 모두 6·25 이후 피난민 생활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삶은 모두 전쟁으로 인해 기형화된 삶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삶의 좁은 여유 하나 누릴 수 없고, 이데올로기에 찌들리기만 했던 사람들의 물질적 파산의 형상과, 부유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발가락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던 사람들의 정신적 파산의 형상이 더도 덜도 할 것 없이 그 만큼만 그려지고 있다. 그들은 전쟁 후의 비참함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삶에 대한 의지만큼은 굳건하고 아름답게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뜻 보아 이 같은 성격에서 제외된 삶의 모습으로 주인집 식구들을 들 수 있겠으나, 경제적으로만 궁핍에서 제외되었을 뿐―궁핍은커녕, 오히려 전쟁 경기로 치부를 했다― 불구의 삶 형태라는 점에서는 제외될 수 없다. 주인집은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밖에 없는 피난민들에게 셋돈을 받아가면서, 자기 아들을 불법으로 미국으로 보내는, 6·25 이후 너무나도 많이 보아온 졸부들의 상처 난 정신상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 부류는 한편으로 끼니가 간데없는 난민들이 신문팔이를 하며 밥을 훔쳐 먹기까지 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들은 춤 파티를 열고 관리를 초청하는 등 완전히 비뚤어진 길을 걸어간다. 이들은 피난민의 고생과 궁핍한 삶이 육체적, 물질적 차원에서의 상처라면, 정신적인 차원에서 보다 깊은 내면적 상처를 입게 된 자들이다.
'나'가 서술자가 되어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은은한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기어코 외면하려고 하는 전쟁의 참담한 모습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전쟁 중이라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을 그리 좋아하지도 비관하지도 않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희망이라는 것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희망이 있음으로써 우리는 삶이 고단해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작가 <김원일 (金源一)>은 1942년 경남 김해 진영에서 출생하여 대구에서 성장하였다. 서라벌예대, 영남대를 졸업하였으며 1966년 『1961년 알제리아』로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하면서 등단한 후, 다시 장편 『어둠의 축제』로 현대문학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월북한 공산주의자를 아버지로 둔 멍에를 문학적 화두로 승화하여 빛나는 작품들을 다수 창작하였다. 1973년 단편 『어둠의 혼』을 계기로 해방 직후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6 25로 인한 비극과 화해의 문제를 천착하는 작가로서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다.
장편소설로 『노을』, 『마당 깊은 집』, 『바람과 강』, 『늘푸른 소나무』, 『겨울 골짜기』, 『불의 제전』, 『가족』, 『슬픈 시간의 기억』 등이 있고, 『김원일 중.단편전집』 전5권과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