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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 문 학

손님

[책갈피] 2005. 8. 11. 08:26

  손님


<황석영>의 『손님』은  6.25전쟁 초기에 황해도 신천군에서 있었던 학살사건을 다룬 이 야기로  ‘황해도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하여 씌여졌다.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는 하나의 씨줄과, 등장인물 각자의 삶과 체험을 모자이크처럼 총체화한 `구전담화`란 날줄로 한 폭의 베를 짜듯 구성하였다.

‘신천학살사건’―북한에서는 '신천 미제 양민 학살사건'으로 불리는―은 인천상륙작전 직후인 1950년 말 벌어졌던 참극으로, 45일간 전체 군민의 4분의 1인 3만5천여명이 희생됐다.

피카소 작 <코리아의 학살>(The Massacre in Korea)의 모티프가 된 사건으로 그 배경에는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라는 두 갈래의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있었다.

 

 


[<코리아의 학살>(The Massacre in Korea)- 피카소]


 

‘손님'이란 옛사람들이 천연두를 두려워하며 모면하기 위해 부러 높여 부르던 칭호였다.

 

 

작가는 천연두와 마찬가지로 밖으로부터 들어온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를 20세기의 `손님'으로 규정하고, 두 손님의 각축 속에 스러져간 생명들을 위한 진혼곡을 쓰고 있다.

 


 미국 브루클린에 사는 류요섭 목사는 고향 방문단 일행으로 북한에 가게 되는데, 요섭의 방북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그의 형 류요한 장로가 숨을 거두게 되고, 그 며칠 사이 요섭은 알 수 없는 꿈과 환영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요섭은 화장하고 남은 형의 뼛조각 하나를 챙겨 넣은 채 평양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는데, 홀연 형의 유령이 나타나 요섭의 몸에 들어오게 되고 형제는 한 몸이 되어 함께 평양으로 향한다.

북한에 머무르는 동안 요섭은 형의 헛것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 둘이 되기도 하며 그들의 고향인 신천 찬샘골로 향한다.

그곳에서 요섭은 당시 기독 청년이었던 형이 연루된 끔찍했던 45일간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몸서리치며 눈물짓는다.

“소싯적부터 사타구니에 거웃이 날 때까지 한 마을에서 뒹굴어온 넘들”이 서로를 죽였다.

당시 스러져간 검은 유령들은 요섭에게 떠올라 저마다 그 때를 이야기하며 소설의 말미에는 산 자와 죽은 자들의 해원이 이루어진다.

 


소설은 객관적 현실과 요섭이 환영 속에 경험하는 과거를 넘나들며, 같은 사건을 놓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고루 등장시킴으로써 매우 다층적이고 풍부한 울림을 울린다.

게다가 작가는 황해도의 망자(亡者) 천도 넋굿인 진지노귀굿―생전의 죄업을 들은 뒤 경중을 심판하고 영혼을 떠나보내는― 열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삼는 과감한 형식 실험으로, 전통 형식과 사실주의 정신의 결합을 꾀하고 있다.


저자 <황석영>은 1943년 만주 장춘에서 출생하였으며, 고교시절인 1962년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했다. 그 후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탑』이 당선되어 작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했다. 대표작으로는 『객지』,『삼포 가는 길』,『장길산』 등이 있고,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을 수상했다. 1989년 방북하였다가 이후 독일 미국 등지에서 체류하였으며, 1993년 귀국, 방북사건으로 복역하다가 1998년 석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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