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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애무[Caresse de rouge] 본문
붉은 애무[Caresse de rouge]
르몽드紙 기자출신으로 시작해서 회장까지 지낸 <에릭 포토리노>가 쓴 『붉은 애무』는 2004년 발표된 중편 소설로, 프랑스 한림원의 '프랑수아 모리악상'(2004년)과 프랑스 최고의 추리작가에게 수여되는 '장 클로드 이쪼상'(Prix Jean-Claude Izzo, 2005년)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래서 ‘순수문학과 추리문학의 절묘한 결합’이라고 평가받는 독특한 작품이다.
보험 대리점의 점장인 펠릭스는 몇 달 전 교통사고로 아들 콜랭을 잃고 세상의 모든 것에 의미를 잃게 된다. 콜랭은 유아원에서 나오다가 전화를 받고 있던 엄마 마리의 손을 놓고 뛰어다니다가 차에 치인 것이다. 뺑소니 차를 본 사람도 없었고, 마리도 운전자를 명확하게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건은 미제로 남아 있다. 그 사건 이후, 펠릭스는 오로지 아들과의 추억으로만 살고 있다. 사건의 충격으로 주변 사람들은 그를 걱정하지만, 그는 괜찮다고 말한다. 나날이 망가져가는 그의 모습을 본 비서와 동료는 그에게 휴식을 권하고, 죽은 콜랭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펠릭스는 기한이 정하지 않은 휴가를 얻는다.
미혼모의 사생아로 시작된 펠릭스의 인생, 그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항상 부재의 자리였다. 그 자리를 대신 해 자신이 열정적으로 엄마의 사랑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결혼과 아버지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온 그에게 어느 날, 마리라는 여자가 다가온다. 이어서 콜랭이라는 생애 최고의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그러나 마리는 콜랭을 낳고 펠릭스를 떠났고, 이후 펠릭스는 콜랭에게 엄마이자 아빠였다.
매일 엄마를 찾으며 떼를 쓰는 아들을 위해 펠릭스는 엄마로 분장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여자 가발을 쓰고 여자 옷을 입었으며, ‘붉은 애무’라는 립스틱을 바르고 화장한 상태로 콜랭을 재우거나 밥을 먹인다. 가끔은 여장을 하고 밖에 나가기도 했지만 그것은 콜랭과 펠릭스만의 비밀이었다. 한편 유아원 원장은 펠릭스가 콜랭을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아버지로서 강하고 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펠릭스는 아들 콜랭이 엄마인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좋았고, 그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가 갑자기 돌아왔다. 두 사람이 번갈아 콜랭을 돌보게 되면서 펠릭스는 더 이상 엄마 분장을 할 필요가 없었다. 콜랭은 엄마 분장을 한 펠릭스를 비웃기까지 했고, 마리가 돌아온 후 펠릭스와 함께 했던 모든 놀이와 장난을 거부했다.
펠릭스가 콜랭과의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라르티그’라는 한 형사가 뺑소니 사고를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그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펠릭스에게 캐묻는다. 그러나 펠릭스는 사건 당일에는 마리가 콜랭을 돌보는 날이어서 아는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소설이 전개될수록 그날 사고의 전말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이 소설은 파격적인 주제와 극적인 반전, 섬세한 필체와 정교한 심리 묘사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해야 하는 주인공을 통해 가정의 와해, 편부모 슬하의 정체성 혼란을 그려내고 있다. 또 극에 달한 감정, 광기에 이른 사랑의 결말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에릭 포토리노[Eric Fottorino]
에릭 포토리노는 1960년 출생했다. 1991년에 소설에 입문하여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007년에는『영화의 입맞춤』으로 100년 역사에 빛나는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장편『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프랑스 서점인상’과 ‘프랑스 텔레비전상’을 수상했다.
에릭 포토리노는 언론인이자 소설가로, 2008년 1월에 르몽드 회장으로 임명되었고, 지난 4월에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르몽드에 파격적인 구조 조정을 단행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지상의 만찬 Le Festin de la terre (1988)』, 『아프리카에게 필요한 것 Besoin d'Afrique (1992)』, 『땅의 남자 L'Homme de terre (1994)』, 『산업의 모험 Aventure industrielles (1996)』, 『아프리카의 마음 Coeur d'Afrique (1998)』, 『뇌 속으로의 여행 Voyage au centre du cerveau (1998)』: 『내일은 출발 Je pars demain (2001)』, 『허약한 토양 Un terroir fragile (2001)』, 『 내 차례 C'est mon tour (2003)』, 『코르사코프 증후군 Korsakov (2004)』, 『야만스런 제삼자 Le Tiers sauvage (2005)』, 『로셸 Rochelle (2005), 『영화의 입맞춤 Baisers de cinema (2007)』, 『 자전거 예찬 Petit eloge de la bicyclette (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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