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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미 문 학

로드[THE ROAD]

 

로드[THE ROAD]

 

 

 

우리는 미국의 9ㆍ11사태나 최근 발생한 미얀마의 사이클론, 그리고 중국 쓰촨성 지진 사태를 보며,  묵시록적 세계의 어떤 전조를 느낀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안고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공쿠르상 수상 작가 <로베르 메를르>의 소설 『말빌』은 20세기 어느 날, 핵전쟁으로 인류 문명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 이래의 화두인 공동체와 개인, 종교와 권력, 지도자, 사랑과 도덕, 폭력과 죽음 등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새로이 정립되고 재편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깊은 성찰과 반성을 통해 우화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프랑스 서평지《100 livres en un seul》이 선정하는 ‘100권의 책’에 『신곡』,『돈키호테』,『백년 동안의 고독』등과 함께 선정된 바 있는 이 작품은 원시의 환경에 내던져진 일곱 명이 생존을 위해 새로운 도덕과 제도를 세우고, 또 다른 생존자들과 투쟁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과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의 결속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새롭게 반성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의 장편소설『로드』는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 그곳에 한 남자와 한 소년이 있다. 핵전쟁이었는지, 외계 행성의 충돌이었는지, 지구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소설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문명은 파괴되었고 지구의 거의 모든 생명은 멸종했다. 세상은 잿빛이다. 불에 탄 세상은 온통 재로 뒤덮였고, 하늘 가득 떠도는 재에 가려 태양도 보이지 않고 한낮에도 흐리고 뿌연 빛만이 부유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 먹는다. 그런 황폐한 땅에서,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희망을 찾아 길을 걷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바다가 있는 남쪽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왜 그곳으로 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아버지는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할 뿐이다.

그들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담은 카트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살용으로 남겨둔 총알 두 알이 든 권총 한 자루가 전부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남자는 더 큰 고통을 겪기 전에 아들을 죽이고 자신 역시 목숨을 끊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뇌에 휩싸인다. 하지만 온갖 역경과 회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시 남쪽으로 묵묵히 길을 나선다.

 

 


이 소설은 대재앙이 일어난 황폐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 인간에 대한 가장 끔찍한 보고서이자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드』가 발표된 뒤, 많은 비평가와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누군가는 이 책을 한 남자의 세상 방랑기라고 했고, 누군가는 “지옥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또 하나의 단테의 『신곡』”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사무엘 베케트 식으로 다시 쓴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영혼의 여정을 다룬 소설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을 뒤로하고, 작가는 이 작품을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떠나는 이야기”라고만 말했다.


이 작품이 그리는 세계가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구체적인 묘사와 설명 대신 시적인 언어로 어렴풋하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황폐함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 이 세상이 온통 폐허가 되었는지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시점의 이동도 빈번하고, 현실과 기억이 중첩되기도 하고, 때때로 시간은 직선적인 흐름에서 벗어난다. 선문답 같은 대화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다 <매카시>는 우리가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 한 걸음 더 깊숙이 나아간다. 이 가혹하고 악몽 같은 여정을 따라가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드』는 독자들에게 유쾌함과 심지어 기쁨까지 건네준다.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윌리엄 포크너와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정신을 계승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개성적인 인물 묘사, 시적인 문체, 대담한 상상력으로 유명하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코맥 매카시를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1933년 7월 20일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서 여섯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매카시는 1951년 테네시 대학교에 입학해 인문학을 공부했다. 1965년 첫 소설 『과수원지기』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바깥의 어둠』, 『신의 아들』, 『서트리』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매카시에게 본격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은 1985년 작 『피의 자오선』이다. 이 작품은 <타임> 지에서 뽑은 ‘100대 영문소설’로도 선정되었다. 서부를 모태로 한 국경 삼부작 『모든 멋진 말들』, 『크로싱』, 『평원의 도시들』을 발표하며 서부 장르소설을 고급문학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매카시는 이후 『로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출간하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평단과 언론으로부터 <코맥 매카시>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은 『로드』는 2007년 퓰리처상,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으며, 각종 언론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소설'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서만 1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영화로 제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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