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핑 뉴스[The Shipping News]
인생을 살아가는 일과 바다를 건너는 항해가 닮았다면 소소한 시간의 매듭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마디들이 모여 이루어져있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바다를 건너는 배가 모두 타이타닉 호 같은 호화유람선이거나 거대 유조선인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역사에 기록될만한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나 극적인 삶을 산 사람만이 항해에 나서는 건 아니다. 모든 사소하고 하찮은 인생들도 저 끝없이 이어진 물길 위에 배를 띄워야만 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잘 알려진 작가 <애니 프루>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시핑 뉴스』는 실패한 인생을 살아가는 한 남자가 가혹한 자연과 마주하며 아픔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부모에게, 아내에게 언제나 멸시만을 받던 소심한 거인 ‘퀘일’은 바람 피던 아내가 사고사를 당한 후 어린 두 딸과 난생 처음 만난 고모와 함께 선조들의 고향인 뉴펀들랜드로 떠난다. 그가 얼마간의 보험금과 두 딸의 손을 쥐고 고모의 기억에 의존해 처음으로 방문한 뉴펀들랜드의 고향집은 40년 동안 방치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진 처량한 곳이었다. 쇠퇴해 가는 어촌의 작은 동네 신문에서 일하게 된 퀘일이 신문 기삿거리를 통해 보는 그 곳은 궁핍과 폭력으로 가득 차있다.
자신의 삶을 일궈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에 자신을 구겨가며 맞춰 살아가는 쿼일. 척박한 바윗덩이 섬에서 그의 일상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느새 그것은 자신의 진실된 삶으로 변화하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그곳에서 그는 친구도 만나고 동료도 만나고 사랑도 만나며 결국 자신의 진정한 삶을 얻게 된다.
<뉴펀들랜드 풍경>
이 책 각 장의 시작에서 보여주는 매듭 그림과 설명처럼, 삶은 정말 매듭과도 같다. 얽혔던 것이 풀어지고, 끊어지고, 또 새로운 엮어짐이 있다.
이 소설은 한 절망적인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로부터 다시 시작되는 희망과 사랑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마치 단단한 봉오리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처럼 소설은 그렇게 다가온다. 작가는 놀랍게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을 묘사한다. 눈앞에 그대로 보여지는 바윗덩어리 섬과 그들의 삶, 그들의 집과 친구들, 질퍽한 거리 하나하나까지,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가 눈앞으로 덮쳐 오는 듯 사실적으로 자연을 보여준다.
결국,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진리이다. 거친 파도가 요동을 치기에 잔잔한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바다까지 얼어붙는 매서운 추위가 있기에 돌아오는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는 사실, 그리고 오렌지와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태양이 있는 남쪽의 해변을 그리워 하지만 익숙해져 정이 든 뉴펀들랜드를 떠나지 못한다는 것, 즉 고향은 쉽게 떠나지 못하며, 떠난다 해도 이내 돌아오고 싶어지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애니 프루 Annie Proulx]
<애니 프루>는 1988년 단편집 『하트 송과 단편들 Heart Songs and Other Stories』로 등단했다. 이어 1992년 발표한 『포스트카드 Postcards』로 1993년 PEN/포크너 상을 수상했다. 1993년 작 『시핑 뉴스 The Shipping News』는 프루에게 '시카고 트리뷴'의 하트랜드 상, '아이리시 타임스'의 인터내셔널 픽션 상, 내셔널 북 어워드, 그리고 퓰리처 상을 안겨주었다.
1997년 애니 프루는 와이오밍에 대한 단편들을 쓰기 시작한다. 이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벌거숭이 소'는 개리슨 케일러가 뽑은 '1998년 최고의 미국 단편 소설'과 존 업다이크가 뽑은 '금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선정되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내셔널 매거진 상과 오헨리 단편소설 상을 수상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 감독상, 각색상 등을 수상했다.
<애니 프루>는 현재 와이오밍에 살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북아메리카를 여행하며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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