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Atlas Shrugged]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티탄족 ‘이아페토스’와 님프 ‘클리메네’의 아들이자 ‘프로메테우스’의 형제이다. 그는 천계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제우스에 의해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라는 지독한 형벌을 받았다. 아틀라스가 없다면 지구는 존재할 수 없다.
<에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Ⅰ~Ⅴ권)』는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 작품에서는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인 '아틀라스'로서의 역할로 사회지도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사회의 원동력이 되는 이들이 만약 파업에 돌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가정을 전제로 이 소설은 쓰여졌다. 즉 이 책은 ’지구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 ’개인의 정신이 사회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물음과 ’평등주의와 개인주의‘의 대결 등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소설의 배경은 생산보다는 공평한 분배를, 발전보다는 평등주의가 지배하는 미래의 어느 시기이다. 권력은 부패하여 무능한 정치가들의 손에 있고, 경제는 만성 불황에서 벗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러자 기업가와 기술자, 학자, 예술가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정부의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정치 구조와 평등이란 명분으로 자신들의 창의성을 죽이는 정책에 반기를 들고 파업으로 맞선다. 그들의 파업이란 이 사회에 두뇌 활동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론가 숨어들어가 지도자 ‘존 골트’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이상향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이들이 없는 사회는 금방 마비상태에 빠진다. 관료들은 대책 없이 헤매고, 국민들은 무기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사회는 최소한의 기능마저도 마비돼 간다.
경제는 더욱 바닥으로 곤두박질치지만 정부의 위기탈출을 위한 긴급조치―모든 노동자는 현직에 머물러야 하고 모든 사업은 지속되어야 하며 모든 특허와 발명은 정부에 자동 귀속된다는 내용―는 기업인들을 더 큰 절망에 빠뜨린다.
그러던 중 사라진 인물들의 지도자격인 ‘존 골트’의 메시지가 전국 방송망을 타고 울려 퍼진다. 그 내용은 개인의 자유를 묵살한 채 집단의 명분을 앞세우는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생산과 창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회를 세우자는 것. 이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 지도적인 위치에 오르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노력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또 희생만을 요구하는 사회 및 정치 구조를 비판한다. 그들은 순식간에 온 국민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현대문명의 몰락 앞에서 타락한 평등주의자와 창조적인 개인주의자의 일대 결전이 전개된다.
이 작품은 명백히,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명분을 앞세우는 국가 체제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다. 작가는 그의 철학적 비전을 소설로 형상화하는데 주력한다. 책의 상당 부분이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연설, 독백의 형태를 빌려 자신의 '객관주의 철학'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해가는 것에 할애되어 있다. 객관주의란 ‘인간은 타인을 위한 수단이 아닌 자신을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되거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는 신성불가침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행하는 모든 강제적 규제를 반대한다’는 것으로, 현실적으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행정규제나 과도한 세금, 심지어 사회복지제도의 지나친 확대까지도 반대하는 우파적 경제관을 대변하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 자본주의의 축을 이루는 기업가들과 전문직 종사자들, 그린스펀 같은 우파 경제학자들이 그녀의 사상을 신봉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또 공공복지나 평등 분배 등으로 미화되는 경제 원칙들이 과연 진정한 발전과 성장을 위해 최선인지 의문을 던지고,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과 원활한 생산활동이 보장될 때만이 진정한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면에는 저자의 어릴 적의 경험―러시아에서 전 재산 몰수 등의 공산주의 혁명을 경험하고 자유의 세계, 자본주의의 대표국인 미국으로 도피해 왔던―이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지금에 와서 소설 속의 미래로 상정한 사회가 공산주의에 가까운 사회라는 데에 대해서는 납득이 힘들지만―이 책이 쓰여진 시기는 1957년으로 동서냉전의 시대임을 고려한다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저자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질타하고 자본주의를 극찬하며, 가장 바람직한 사회, 경제 체제로서의 자본주의의 당위성에 대한 설파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포퓰리즘에 빠져 있는 지도자들이 어떻게 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지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현 정치권 등 우리 사회를 이끄는 책임을 맡은 집단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할 책인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은 미국 랜덤하우스 설문조사 결과, '독자들이 뽑은 20세기 위대한 책 100선' 중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인들이「성경」다음으로 많이 읽는 책‘으로 조사되었으며, 미국에서만 2000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전해진다.
[저자 소개]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다. 1905년 2월 2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했으며, 본명은 알리사 로젠바움이다. 9세 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빅토르 위고 등 낭만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1917년에는 케렌스키 혁명과 볼셰비키 혁명을 목격하였고, 이 혁명의 와중에 약국을 경영하던 그녀의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에게 재산을 모두 몰수당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해에 미국사를 공부하면서 그녀는 미국을 동경하게 되었다. 페트로그라드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1924년 대학을 졸업했다. 후에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하여 국립 영화예술학교에서 수학하던 중 1926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 시카고에서 ‘에인랜드’라는 필명을 만들고 틈틈이 영어를 배워 허리우드로 건너가 조연으로 출발하는데, 그곳에서 영화배우 프랭크 오코너를 만나 1929년에 결혼한다. 1933년부터 시나리오, 단편 그리고 장편소설들을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1936년에 첫 번째 소설『우리, 살아 있는 것들』을 발표하였고, 1943년『마천루』가 발표된 후에 작가로서의 본격적인 명성을 얻는다. 『마천루』는 게리 쿠퍼 주연으로 영화화되었고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1957년에는 그녀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며 마지막 소설인 『아틀라스(Atlas Shrugged)』를 출간하였는데, 윤리학, 형이상학, 인식론, 정치학, 경제학 등을 통합한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추리 소설의 형태로 완성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인 랜드의 일대기를 다룬 <에인 랜드 : 삶에 대한 감성(Ayn Rand : A Sense of life)>이라는 기록영화가 1997년 아카데미 최우수 기록영화상 후보에 지명될 정도로, 미국 내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리고 그녀의 객관주의 철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도 많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발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에인 랜드 연구소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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