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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노래[Birdsong]

 

새의 노래[Birdsong]


<시배스천 폭스>의 장편소설 『새의 노래』는 참호전(塹壕戰)으로 대표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불리는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프랑스 전장을 무대로 전쟁과 사랑이라는 소재를 일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성찰을 담아 한 군인이 거쳐 간 삶의 기록을 그린 소설이다. 사실적인 전투 장면의 묘사와 전쟁터의 화염, 공포 속에서 두드러진 인간애를 포착해내고 있는 이 소설은 전쟁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으며,  ‘지난 40년간 나온 소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라는 평가(메일 온 선데이 紙)를 받은 작품이다.


1910년 영국의 한 섬유회사에서 근무하던 20살의 청년 스티븐은 출장차 머물렀던 프랑스 아미앵에서 유부녀인 이사벨을 만나며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이사벨은 그가 머물고 있는 집의 여주인이며, 출장 온 섬유회사 사장의 부인으로 그들의 사랑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치게 된다. 결국 사랑을 선택한 이 연인들은 모든 걸 포기하고 함께 떠나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이사벨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은 스티븐의 아이를 가지면서 더해지고 결국 이사벨은 그를 떠나게 된다. 이사벨이 자기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스티븐은 실의에 빠져 수년을 보낸 뒤 1916년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게 되어, 전에 그가 머물던 장소에서 멀리 않은 프랑스 전선에 배치된다.  거기에서 그는 대학살극이 벌어지는 참혹한 전장과 그보다 더 지옥 같은 순간들을 경험하고 전장 속에 남겨진 고독하고 두려운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틈틈이 전쟁일지를 기록해 간다. 그리고 그가 쓴 전쟁일지는 60여년 후인  1978년 외손녀 엘리자베스에 의해 발견된다.  그녀는 가족과 외할아버지에 대해 조사하며서, 그 전쟁이 얼마나 지독한 낭비이고 우매하고 불합리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아 간다.

 

다시 장면은 1918년의 전장으로 돌아가서, 스티븐은 동료와 땅굴 속에서 길을 잃게 되고, 흙이 무너져 뼈가 부러지고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며 며칠을 보낸다. 자신을 구하려던 동료마저 자기 옆에서 죽어 가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스티븐은 마침내 새소리가 들리는 지상에서 누군가가 그를 위해 흙을 파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스티븐이 자신들의 동료라고 생각했던 땅을 파던 사람은 독일군들이었다. 이 뜻하지 않았던 상황에 맞닥뜨린 스티븐은 그 순간, 죽일 놈으로만 생각했던 독일 군인도 결국은 영국 군인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상으로 나온 그 순간 4년간이나 끌어왔던 기나긴 전쟁이 끝났음을 알게 된다.

 

 

『새의 노래』는 전쟁의 참상과 그 전쟁에 임하는 인간의 마음을 자세하고 리얼하게 묘사한다. 잔인하지만 그게 전쟁이 가져다 주는 현실이었다. 전쟁소설이지만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전쟁터에 있는 군인을 군인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으며 아들이었다. 그들은 결코 저 멀리 떨어진 행성에나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 끈이 연결돼 있었으며 단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던, 그저 이 지겹고 의미 없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전쟁은 그 피해자들과 전혀 관계없는 명분으로 벌어지지만, 정작 사라져가는 것은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이다. 모든 생명이 스러져가고, 인간들은 서로의 살고자하는 욕구와 두려움에 충만 되어 이름 모를 '적'에게 총과 칼을 겨눈다. 전쟁은 모든 아이러니와 역설이 벌어지면서도, 그러한 것들은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 묵인되어 진다.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의 전개도 끔찍하지만 전쟁 후에 남겨진 폐허도 그에 못지않다.  폐허 앞에서 사람들은 희망과 절망에 몸서리친다. 왜 인간은 서로를 물어뜯는 전쟁을 해야만 할까?

 

[시배스천 폭스]

1953년 영국 뉴베리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후「데일리 텔레그래프」,「인디펜던트」, 「가디언」, 「이브닝 스탠더드」 등에서 14년간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틈틈이 글을 써오던 중 1984년 첫 작품 『빛의 장난』을 출간하고 1991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93년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새의 노래』가 출간과 동시에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40만 부 이상이 팔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는 이 작품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서게 되었다. 이후로도 <포스트모던 전쟁 로맨스 작가>로 불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 폭스는, 1995년 브리티시 북 어워드 선정 ‘올해의 작가’상을,  2002년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영국 ‘문화 훈장’을 받았다. 『새의 노래』는 2003년 BBC의 인기 독서 프로그램 「빅 리드」가 조사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3위에 올라 그에 대한 영국인들의 여전한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빛의 장난A Trick of the Light』(1984), 『리옹 도르의 여인The Girl at the Lion d'Or』(1989), 『바보의 알파벳A Fool's Alphabet』(1992), 『세 영국인의 죽음The Fatal Englishman』(1996), 『샬럿 그레이Charlotte Gray』(1998), 『초록 돌고래의 거리On Green Dolphin Street』(2001), 『인간의 흔적Human Traces』(2005)  등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지난 수년 동안 나에게 이렇게 감동을 주고 인간 영혼에 대한 숙고로 나를 자극한 소설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 데일리 메일

 

웅장하고 난폭하며 통렬한 동시에 잠 못 이루게 하는『새의 노래』는, 완벽한 소설이 아니라 단지 위대한 소설일 뿐이다. -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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