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도서관

우리의 선조들 본문

이태리문학

우리의 선조들

[책갈피] 2005. 8. 10. 21:54
 

우리의 선조들


오늘은  ‘이탈노 칼비노’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  ‘우리의 선조들’ 3부작을 소개해 올립니다.


<작가 소개>

보르헤스,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지목받는 이탈로 칼비노는 1923년 쿠바에서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한 칼비노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접하며 자라났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의 전 작품에 영향을 주게 된다.  칼비노는 부모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 농학부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레지스탕스에 참가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초기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조셉 콘래드에 관한 논문으로 토리노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한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 속의 오솔길』(1947)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에이나우디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당시 이탈리아 문학계를 대표하던 파베세, 비토리니 등과 교제하였다. 『반쪼가리 자작』(1952), 『나무 위의 남작』(1957), 『존재하지 않는 기사』(1959)로 이루어진 『우리의 선조들』 3부작과 같은 환상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과 『우주 만화』(1965)와 같이 과학적인 환상성을 띤 작품을 발표하면서 칼비노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1959년부터 1966년까지 비토리니와 함께 좌익 월간지인 《메나보 디 레테라투라》를 발행했다. 1964년 파리로 이주한 뒤 후기 대표작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1972)을 발표하였으며 이 작품으로 펠트리넬리 상을 수상하였다.  1981년에는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1984년 이탈리아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의 찰스 엘리엇 노턴 문학 강좌를 맡아달라는 초청을 받았으나 강연 원고를 준비하던 중 뇌일혈로 쓰러져 1985년 이탈리아의 시에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작품 소개>

 

나무 위의 남작 (세계문학전집 107)

 

나무위의 남작』은 소년 시절 정원 나무 위로 올라 갔다가 늙어 죽을 때까지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12세 소년 코지모는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먹기 싫은  달팽이 요리를 계속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반발,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에 올라간다.  사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코지모는 이미 오래전부터 권위적이고 시대에 뒤진 아버지로 상징되는 귀족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 기 때문이다.

그는  나무 위에 올라가  인간들을  괴롭히는 문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세상의 현실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코지모를 통해 형상화된 것이다.   칼비노는 1950년대 말의 수많은 문제들을 과거의 상황 속에서 재조명해 보고자 18세기를 택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끊임없이 18세기의 역사적 사건들이 언급되며, 루소나 디드로, 나폴레옹 같이 유명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코지모 남작이 평생을 나무 위에서 살아가며 겪는 역경과 갖가지 모험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반쪼가리 자작』은 17세기 말, 터키와의 전쟁에 참전했던 ‘메다르도’라는 자작이 적의 포탄에 몸이 둘로 갈라진 채 귀향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한데 그 두 개의 몸은 선한 반쪽과 악한 반쪽이다.  그 반쪼가리 인간들은 결국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그들 각자는 바로 자신이 존재해야 할 부분, 망토로 가려진 검은 구멍에 대고 칼을 겨눈다.  칼비노는 반쪽으로 나누어진 불완전한 인간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소외되고 상처입은 군상들의 모습을 어떤 가식이나 수사 없이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존재는 하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람발도와 브라다만테의 얘기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 형체도  없이 갑옷 속에서  영혼만으로 존재하는 ‘아질울포’를  쫓는 모험의 연속이 이어진다.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희망을 잃은  브라다만테는  존재하지 않는 기사 아질울포를 찾아다닌다.

이 소설은  존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쫓는, 예민한  상상력과 현실을 뒤집어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든 상황으로 펼쳐진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 아질울포는 그의 인식의 존재를 감싸주었던 갑옷과 투구를 남겨두고 사라져버린다.  결국 그의 존재는 허공으로 흩어지고 만 셈이다.  하지만 누가 그를 두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사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질울포는 비록 육체는 없었지만 정신만은 명백히 존재했던 기사인 것이다.

'이태리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존자[Il sopravvissuto]  (0) 2008.06.13
Q[큐]  (0) 2006.06.14
임프리마투르  (0) 2005.08.11
그날 밤의 거짓말[(Le)memzogne della notte]  (0) 2005.08.11
장미의 이름  (0) 200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