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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마클럽, 그리고 책벌레 본문
뒤마클럽, 그리고 책벌레
제가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은 우연히도 “책에 탐익하는 인간의 욕망”과 “책의 운명”을 그린 소설들입니다. 스페인 작가 <아루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뒤마클럽」과 독일의 <클라스 후이징>이 쓴 「책벌레」라는 책이 바로 그 것입니다. <레베르테>와 <후이징>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낯설은 작가지만 유럽에서는 꽤나 알려진 작가입니다. 이 두 작품은 책에 거의 광적으로 집착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진정한 책사랑의 본질은 무엇이고 올바른 책읽기의 전형은 어떤 것인가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옴베르토 에코? 개인적으로는 좀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하지만......>라 불려지는 <리베르테>는 오늘날 스페인의 대중문학을 선도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면서 현란한 -때로는 골치 아플 정도로- 지적 탐험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고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책 사냥꾼(아마
고서를 추적, 확인하는 집요함이나 행태가 동물을 뒤쫓는 사냥꾼과 닮
아서 붙여진 별명 같습니다) <코르소>는 저명한 스페인 톨레도의 서적
상으로 부터 뜻하지 않은 의뢰를 받는다. <뒤마>의 작품 「삼총사」에
나오는 「앙주의 포도주」 필사본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것과 이 세상
에 단지 세권 밖에 남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악마를 부르는 교본
「 어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홉 개의 문」을 찾아 그것들의 진위를
밝혀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앙주의 포도주」의 필사본을 넘긴 자는
시체로 발견된다. 책 사냥꾼은 고서에 담긴 아홉 개의 삽화속에 살인
사건의 실마리가 담겨 있음을 직감한다. 책을 찾아 나서는 곳마다 의문의 인물이 그를 뒤쫓고, 동시에 만나는 고서 소장가들의 죽음이 잇따른다. 아홉 개의 삽화를 통해 악마의 초대를 받으려는 악마숭배주의자들의 위험 속에서도 신비주의에 가려진 고서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 가는 책 사냥꾼. 이렇게 중세유럽의 비밀을 담고 있는 고서세계를 배경으로 이 소설은 전개됩니다.
독일의 뮌헨대학에서 체계이론을 가르치며 소설 집필과 이론적 탐구를 병행하고 있는 <후이징>이 쓴 「책벌레」는 “책과 독서의 탁월한 문화사, 영혼을 삼키는 책읽기의 마성적 유혹에 대한 전율적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책에 대한 광적인 탐식 끝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역사의
갈피속으로 사라져 버린 괴테시대의 목사 <요한 게오르크 티니우스>, 1813
년 살인혐의로 체포되어 성직자 옷을 벗고 범행에 대한 자백없이 정황증거
만으로 종신형을 언도 받은 그는 지금은 잊혀졌지만 다섯 권의 책을 남긴다.
두 세기를 건너 현대의 책벌레 <팔크 라인홀트>는 슈바빙의 한 고서점에서
<티니우스>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은 <라이홀트>에게 구텐베르
크 시대의 종말과 인류 최후의 책벌레의 운명과 함께 사유 하며 살게 만드는
운명적 사건이었다. 그리하여 1991년 9월 어느 날 책속으로 삼켜져 하나의
글자, 한 장의 종이가 되어 흩어져버린 <라인홀트>의 실종과 함께 문명세계는
조용히 몰락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독서와 문자의 운명을 다룬 이 소설은 독서의 기술과 매혹을 전율의 극한에서 체험하며 독자의 운명, 책의 운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박식함과 텍스트의 장황함으로 독자를 압도하고 작품속에 인용되는 저자와 작품이 너무 방대해서 읽기에 약간은 부담과 혼란이 오지만은 진정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