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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딸
<마르케스>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장편소설 『운명의 딸』은 19세기 칠레와 초창기 캘리포니아의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수동적으로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한 여인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9세기 중엽 영국인 아버지와 칠레인 어머니의 하룻밤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는 엘리사 소머스가 로즈의 집 앞에 버려지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로즈는 엘리사를 수양딸로 삼아 영국아이로 키우려 하나, 인디오 출신 가정부는 마푸체 인디오의 피가 흐르는 칠레인으로 기르려 한다. 영어와 마푸체 엑센트의 스페인어, 기독교와 가톨릭, 인디오 신앙을 공유하며 자란 엘리사는 애인이 황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떠나자, 그 뒤를 따라 떠난다. 임신한 몸으로 밀항하는 중, 배에서 아이를 유산한 엘리사는, 밀항을 계기로 알게된 중국의사 타오 치엔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다.
중남미 문학에서 독자를 사로잡는 중요 테마 가운데 하나는 정체성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소설 미학도 골드러시 붐을 타고 각지에서 몰려든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통해 엘리사가 찾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요되는 사회적 억압과 굴레에 좌절하고 있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저자 < 이사벨아옌데>는 1942년 페루 리마 출생했다. 어려서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되어 어머니와 함께 외할아버지 댁에서 살다가, 어머니의 재혼 이후 외교관인 의붓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랐다. 17세 이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정착,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저널리스트, 편집자, 희곡 작가 등으로 활동하던 중 그녀의 삼촌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의해 무너졌다. 자신의 이름이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활동에 급격한 제한을 받자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떠났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아옌데는 외할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글을 쓰기 시작하여 <영혼의 집>을 완성하였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옌데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어서 <사랑과 어두움에 관하여>, <에바 루나>를 발표하여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미국에서 두 번째 남편을 만나 캘리포니아에 정착하였다.
또한 아옌데는 식물인간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어 자서전적인 작품 <파울라>를 발표하여 세계 문단에서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밖에 <에바 루나의 이야기들>, <영원한 계획>, 음식과 에로티시즘을 다룬 <아프로디테> 등의 작품이 있다. 아옌데의 작품들은 또한 영화로도 만들어져 성공하였으며 연극과 발레 장르로도 좋은 평을 받았다. 특히 아옌데가 시야를 넓혀 야심적으로 계획한 <운명의 딸>은 그 후속 편인 <세피아 및 초상화>와 첫 작품인 <영혼의 집>과 더불어 3부작을 이루면서 아옌데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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