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유
우연히 발견된 편지로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은, 추리적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빅토리아 시대 계관시인인 랜돌프 애쉬 100주년 기념주간을 맞아 그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던 미국계 학자 롤랜드 미첼은 우연히 런던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에서 낡은 편지 하나를 발견한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단숨에 내갈긴 듯한 편지는 애쉬가 어떤 여성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 낭만적인 애처가에 절제된 감정표현으로 유명한 애쉬가 아내 이외에 다른 여인이 있었다는 것은 애쉬의 시를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을 터이다. 롤랜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추적하던 중, 편지의 주인공이 진보적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이었던 여류시인 크리스타벨 라모트임을 확신하고 그 길로 베일리 모드―크리스타벨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그녀의 후손―를 찾아 간다.
편지에 내재한 비밀을 쫓으면서 발견되는 사랑과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 두 겹의 사랑―빅토리아 시대의 천재시인
인 랜돌프 애쉬와 크리스타벨 라모트로 밝혀진 미지의
여인과의 은밀한 사랑, 그리고 그들의 사랑의 비밀을 추
적하는 현대의 두 학자, 롤랜드 미첼과 모드 베일리의
사랑―이 소설의 골격을 이룬다.
이 두 개의 사랑은 우리에게 “서로 소유하지 않고, 각자의
독립성을 존중해 주면서 진정한 사랑의 행위가 가능한
가?”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하다.
이 사랑 속에 숨겨진 사랑의 소유와 사랑의 무소유, 이 둘의 갈등이 두 쌍의 연인의 행적을 에워싼다. 그러나 이 두겹의 사랑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그 사랑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과 그 속에 감추어진 여러 형태의 욕망과 열정과 고독과 은둔이다. 이 책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듯 꼼꼼하게 읽어가다 보면 작가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세상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랑의 비밀과' 과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발견된 편지로 시작해서 무덤 속에 감추어진 한 장의 편지로 끝나는 영혼의 추적 ―신화와 전설이 가득하고, 곳곳마다 과거의 흔적이 도사리고 있고, 상징과 대칭이 빽빽이 엮어져 있는 상상의 공간, 그 공간을 마치 조각그림 짜맞추 듯 하나하나 이어가는 긴 추적의 항해. 그 속에서 발견되는 많은 것들― 빅토리아 시대의 점잖음의 풍조, 그 시대의 시에 대한 비판, 과학과 종교의 갈등, 감동적인 사랑의 이야기, 현대의 전기산업(Biography Industry)에 대한 비꼼, 그리고 그 속에 한데 뒤섞여 있으면서 전체 이야기의 구성을 연결하고 짜맞추며 완벽한 의미의 구조를 이루는 자연의 역사, 로망스, 시, 편지, 일기들 ……
지은이
비평서로서는 <아이리스 머독>의 소설작품들을 연구 분석한 『자유도』, 『주체할 수 없는 시대 : 위즈워스와 콜리지의 시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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