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Atonement]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 치밀한 구성,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 섬세하고도 장중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 잡는다.
『속죄』는 한 소녀의 천진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여러 수위를 다루고 있는 수작이다.
1930년 영국의 어느 시골 저택. 감수성 만큼이나 예민한 결벽증을 가진 주인공 브리오니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에 내려와 있는 언니 세실리아는 생의 권태로움에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하는 영국 상류층 아가씨. 의대생이라는 전도유망한 미래를 앞둔 가정부의 아들 로비 터너와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지만 최근 들어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으로 오히려 오해와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사이다. 이 저택에 브리오니의 사촌언니인 롤라와 쌍둥이 동생이 찾아오고 이어 오빠의 친구이자 초콜렛 재벌 2세인 마셜이 손님으로 초청된다. 그리고 농밀한 여름 저녁, 쌍둥이 동생들을 찾아 나선 롤라는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하고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한 소녀 브리오니는, 단편적인 사실과 자신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작해서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그로인해 세실리아는 로비와 헤어졌다. 동생의 오해가 불러낸 비극이다. 동생이 강간범으로 지목한 로비는 전장으로 끌려가고, 연인을 떠나보낸 세실리아는 집을 나간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동생은 끔찍한 죄의식으로 괴로워한다. 속죄하려는 마음에 언니를 찾아갔다가, 함께 사는 두 사람을 만났다. 어린 소녀의 못된 장난도, 세상을 뒤엎을 것 같던 전쟁도 사랑하는 연인을 갈라놓지 못했다.
이제 동생은 안도해도 되는 걸까? 그러나 젊은 연인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남자는 전쟁터에서 죽었고 언니는 폭격으로 죽었다.
50년을 건너뛴 마지막 장면은 짧지만 가슴을 후려치는 반전이다. 동생은 작가가 됐다. 그는 자신의 자신의 잘못을 소설로 고백하는 것으로 속죄하고 싶지만, 그의 원고는 수없이 고쳐지기만 할 뿐 아직껏 출판되지 않았다.
부커상 수상작가인 이언 맥큐언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엽기적 폭력과 도착적 섹스를 소재로 삼아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 작가다. 『속죄』는 2001년 9월에 출간되자마자 그의 작품 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10주 이상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했고, 2002년 ‘부커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저자 <이언매큐언>은 첫 소설집으로 ‘서머싯 몸 상’을, 1998년에는 ‘부커상’을 수상하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비상한 주목을 받으며 현대 서국 문학계의 중요한 작가로 떠오르고 있다.
1948년 영국 서리 지방 알더샷에서 태어나,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와 북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소설집 <이불 속>과 장편소설<시멘트 가든>, <낯선 자들의 위로>, <시간 속의 아이>, <결백한 자>, <검은 개들>, <몽상가>, <이런 사랑>, <암스테르담>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