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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과학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

 

중국의 역사 왜곡 움직임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의 배경과 실체를 여러 각도로 뜯어 보면서 문제의 본질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 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중국의 의도를 분명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최광식(고려대).서길수(서경대).윤휘탁(동아대) 교수 등 고구려 문제가 불거진 이후 활발하게 대응책을 모색해 온 역사학자 20여명의 글을 모았다. 월간중앙의 별책 부록으로 매월 발행된 '역사탐험'에 게재된 원고를 토대로 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쑨진지(孫進己) 중국 선양(瀋陽) 동아연구센터 주임의 원고를 실어 중국의 주장을 여과없이 보여주는가 하면, 김기봉(경기대.서양사)교수의 탈(脫)민족주의적 시각도 함께 소개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궁극적으로 역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했다.


고조선과 발해의 역사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고구려 역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책 말미에는 "고구려 문제 '남북공조'바람직하다"는 제목 아래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최광식.최병헌(서울대) 교수의 좌담을 실어 한국사 연구의 현황을 진단했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에 발해를 자기 나라의 역사로 규정했다.그러나 고구려에 대해선 달랐다.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사양용(一史兩用)이란 것이었다.같은 고구려 역사를 두 가지로 사용한다는 뜻으로,고구려사가 중국사도 될 수 있고 한국사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곧,서기 427년 국내성에서 평양성으로 천도하기 전까지의 고구려사는 중국의 역사이고,평양 천도 이후는 한국사라는 얘기다.이것이 최소한 2002년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중국의 고구려사 인식이었다.그러나 동북공정의 출범과 함께 중국의 입장은 고구려사는 모두 중국사란 쪽으로 바뀌었다.중국의 주장대로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면 고조선과 발해까지도 한국사에서 제외돼 우리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지역적으론 한강 이남으로 줄어든다.


<‘동북공정'은 치밀한 정치적 프로젝트>

중국은 동북공정을 단순한 학술 프로젝트라고 강변하지만 그 예산규모만 봐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치적 공정임을 금방 알 수 있다.그런 점에서 동북공정은 일본의 역사왜곡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다.


이 책은 특히 중국 사회과학원이 펴낸 동북공정 2차 보고서격인 고대중국고구려역사속론의 음모적 내용을 소상히 밝혀 관심을 끈다.동북공정의 실무 책임자인 마대정(66) 등이 작성한 이 책자엔 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실태와 문제점,동북공정의 구체적 추진 방향 등이 제시돼 있다.


보고서는 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자들이 일본 제국주의 어용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고구려 역사가 중국사에 속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를 동류합오(同流合汚),즉 더러운 것들이 모여 함께 흐른다는 식으로 간단히 봐 넘겨선 안된다는 도발적인 글귀도 눈에 띈다.


책자엔 중국측의 고구려 유물에 대한 지적소유권 요구 계획도 실려 있어 동북공정의 치밀함을 엿보게 한다.앞으로 고구려와 관련된 남북한의 출판물이나 전람회에서 전시되는 고구려 유물.유적에 대해 지적소유권에 따라 배상을 요구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 여섯개 쟁점 일목요연 정리>

책은 중국의 주장과 우리의 반박논리를 여섯 개의 쟁점으로 정리해 일반의 이해를 돕는다.책에 따르면 고구려가 중국 땅에 세워졌다는 주장은 영토패권주의일 뿐이며,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 아니라 명백한 독자 국가다.또 고구려 민족이 중국 고대의 한 민족이라는 것은 중화주의적 민족관에 불과하며,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중국 국내 전쟁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세계대전이다.왕씨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선, 고려가 고구려를 이어받은 사실은 중국의 정사인 송사(宋史)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한반도 북부(북한)지역이 중국의 역사라는 주장은 왜 허구일까.저자들은 현재의 중국 국경선 자체가 만주족의 정복왕조인 청나라가 개척한 것으로,만주족의 역사 또한 한족 중심의 중국사에 편입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위기의 한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전문가들은 고구려 문제 해결엔 무엇보다 남북공조가 긴요하다고 말한다.예컨대 북한이 유네스코에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기술지원 등을 해주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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