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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과학

인간속의 악마

 

인간속의 악마

  

인간들은 왜 남을 증오하고 복수심을 키우며 광기에 사로잡혀 전쟁을 일으키고 마약중독자가 되고 변태성욕자가 되는가?  인간은 왜 악의 구렁텅이에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하는 것일까?  이러한 악을 낳는 악마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만약 존재한다면 그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Devil(악마, 惡魔)이란 그리스어로 '중상모략 하는 자', '고발자'라는 뜻의 ‘diabolos’에서 유래했다. 본래 악마라는 단어는 종교적 의미로 작은 악령들을 일컬을 때도 있지만 대개는 사악한 마귀들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며, 여러 종교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서양의 유일신교에서 악마는 교만에 빠져 유일신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애쓰는 타락한 천사로 간주된다. 유대교와 그 이후의 그리스도교에서는 악마를 '사탄'이라고 불렀다.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악마가 맡은 역할은 주로 인간을 유혹하여 생명과 구원의 길을 거부하고 죽음과 파멸의 길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교만 때문에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들의 우두머리인 사탄은 그리스도교의 사상·전설·성상에서 하느님의 천사들의 우두머리인 대천사장 미카엘의 주요 적수로 등장한다. 한편 이슬람교 신학에서도 악마의 이름인 ‘이블리스’가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때로는 ‘앗-샤이탄(악령’)이나 ‘아두브 알라(신의 적)’로 불리기도 한다.  또 악마는 일부 혼합종교에서도 중요한 존재로 나타나는 데, 영지주의에서는 악마를 주로 ‘데미우르고스(창조자)’라고 불렀고, 마니교에서는 '어둠의 왕'이라고 불렀다.


프랑스 생물학계의 선구자이자 철학자인 <장-디디에 뱅상>이 쓴 『인간속의 악마』는 인간 속에 실재하는 악마의 존재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인문교양서이다. 저자는 종교적 관점이 아닌 진화론을 바탕으로 해서 인간 속에 존재하는 악마의 실체와 양상을 밝히고 인간의 두뇌 속에서 우리의 행동과 언어를 이끌고 인식능력을 지배하는 악마의 존재를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 '악마의 생물학'을 통해 인간의 심리적, 정신적 요소를 관찰하여 악마가 인간 개개인의 존재방식에 개입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역사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문학작품에 나타난 은유적인 표현과 상징, 철학, 종교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지식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인간과 악마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이 악마와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를 제시해 준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뇌의 여러 부위에서 일어나는 유기적인 작용과 심리적인 변화, 유전적 요소, 환경적 요인 등, 여러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항들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변질되고 타락한 인간이 되는 원인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악마가 인간에게 육체와 세상의 억압적인 사항들과 삶의 비극적인 유희를 강요한다고 말한다. 결국 악마는 인간이 굴복하거나 혹은 극복해야 하는 절대적인 적수가 되는 셈이다.

 

<책 속으로.....>

 아인슈타인의 말에 따르면, 하느님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체(하느님의 '적수'라 불리는 악마)는 게임을 좋아하는 노름꾼이다. 그리고 세상은 모든 짓거리가 용납되는 도박장이며, 때로는 지는 자가 이기는 셈인 그런 노름을 하기도 한다. 속임수를 쓰고, 협박을 하고, 불리할 경우 자기 순서를 건너뛰기도 한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허망하게도 사탄이 판돈을 다 쓸어간다.


내안에는 도대체 얼마나 흉악한 악마가 몇 마리나 똬리를 틀고 있을까?  관대히 봐 주자면 그리 나쁜 놈들이 내안에 숨어 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한두 놈은 가끔씩 나를 충동해 유혹에 빠지게 하기도 하고 내가 조금 방심하면 틈을 보아 진흙 수렁으로 인도하려는 혐의가 역력하다.  내가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이 놈 들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어쩐 때는 같이 놀아 주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놈이 하는 짓을 눈감아 주기도 해야 한다.   어떤 책에는 이런 태도를 ‘바람직한 처세술’의 한 양태라고도 표현한다.  과연 그럴까?  확실한 건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 인생은 무미건조하고 재미없고 쓸쓸할 것 같다는 것이다.


[장-디디에 뱅상(Jean-Didier Vincent)]

1935년 출생했다. 1977년부터 보르도 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73년부터 1978년까지 국가과학연구소(CNRS)를 지휘했다. 1978년 본인이 창설한 INSERM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987년부터는 국가과학연구소 생리학 담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신경생리학 분야의 창시자이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정열의 생물학』, 『인간 속의 악마』,『파우스트, 하나의 자연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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