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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과학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다오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 주오


국인들이 흔히 내세우는 프런티어 정신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백인 입장에서는 모험과 용기, 인내를 의미하는 진취적 이념이지만, 미국 땅의 원래 주인 아메리카 인디언에게는 목숨과 땅을 빼앗아가는 파괴적이고 탐욕적인 정신이었다. 미국 서부 개척사를 뒤집으면 인디언 멸망사가 되는 것이다.


논픽션 작가 <디 브라운>이 쓴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백인들의 잔인한 약탈과 그에 맞선 인디언들의 눈물겨운 투쟁, 그리고 그들의 멸망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인디언 역사의 고전이다. 저자가 수집한 방대한 재판과 회의 등의 기록, 생존 인디언의 구술을 인용한 이 책은 1971년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지금까지 17개 언어로 번역돼 5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저자는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부터 1890년 운디드니 대학살에 이르기까지 400여 년 동안의 인디언과 백인의 역사를 보여주지만 특히 1860년부터 30년간 일어났던 백인의 무자비한 약탈에 초점을 맞춘다. 인디언이 백인에 맞서 어떻게 싸웠고, 살아남은 인디언들이 어떻게 보호구역(인디언 레저베이션)으로 내몰렸는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디언은 오래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다. 백인들은 광활한 평원과 삼림을 빼앗고 이들을 늪지대나 불모지로 몰아넣었다.


나바호, 수우, 크로우, 아파치 등 인디언 부족의 멸망 과정과 붉은 구름, 검은 주전자, 앉은 소, 매부리코, 제로니모 등 위대한 추장과 전사들의 삶과 죽음도 비장하게 전한다. 백인이 인디언의 머리 가죽을 벗기고 시체를 난도질하는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잔인한 행동을 한 사실도 알 수 있다.

“이 땅에 들어온 백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켜진 것은 단 하나,그들은 우리 땅을 먹는다고 장담했고 정말 우리 땅을 먹어치웠다.”(수우족 추장 붉은 구름)

나바호, 코만치, 수우, 샤이엔, 크로우, 네즈페르세, 아파치, 유트, 미국의 길지 않 은 역사는 이들 인디언종족의 피로 얼룩졌다.그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또 이유도 모른 채 미국 건국의 제단에 피를 제물로 올려야 했다.


1890년 인디언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군림했던 평원 수우족의 대추장 '앉은소'가 백인에게 암살되었다. 키큰소, 큰독수리, 매부리코, 검은주전자도 죽었다. 땅 위에 희망은 없었다…. 그 즈음 살아남은 인디언들 사이에서 '망령의 춤'(고스트 댄스)이 들불처럼 번진다. 망령의 춤은 내몰린 인디언들의 한을 풀어내는 신들린 몸짓 언어이자 구원의 메시지였다. 모두 춤춰야 한다. 내년에 봄이 오면 위대한 정령이 오시리라.…들짐승은 가득 뛰어 놀고 죽은 인디언은 모두 다시 살아나리라. 백인들은 멸망하리라.(워보카, 파이우트족의 메시아)


지도자 앉은소를 잃은 수우족들도 수백명씩 무리지어 망령의 춤을 출 수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중 일부는 마지막 대추장 붉은구름이 있는 사우스 다코타 지방의 파인 릿지로 피신했다. 그들은 그곳 운디드니 샛강에서 제7기병대에 의해 학살된다. 백기를 들고 숨었던 인디언 350명 중 300명이 순식간에 죽었다. 운디드니 학살은 인디언들에게 자유의 종말을 의미했고 그들의 꿈은 운디드니에 묻혔다. 살아남은 미국 인디언들은 보호지역으로 유폐된다.


백인의 이익을 위해 인디언에게 강요된 희생이 너무나 정당하게 여겨졌던 시기,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존중되지 않던 그 시기의 어둡고 불행한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어리석은 폭력과 강탈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이다.


"가장된 문명"의 제국주의는 19세기에 종말을 고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반성은 순간이지만, 그들 안에 내재된 그 탐욕의 정신은 역사로서 과거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도 존재한다. 안타까운 것은, 더욱 두려운 것은 그것들이 우리 안에도, 내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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