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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이야트[Rubáiyát] 1 본문
루바이야트[Rubáiyát] 1
오마르 카얌(Omar Khayyam, 1048 ~ 1131)
어쩌다 태어났나, 어디서 왔나?
물처럼 세상에서 속절없이 흐르다가
사막의 바람처럼 세상을 하직하고
어디론지 속절없이 가고만 있네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나?
부질없는 것일랑 묻지 말게나
한 잔, 또 한 잔, 금단의 술
덧없는 인생을 잊게 해주리
반짝했다 사라지는 허무한 인생인데
벗이여, 삶의 비결 찾느라 일생을 보낼 건가
허위와 진실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말해보오, 무엇에 의지하여 일생을 사나?
<오마르 카얌>의 『루바이야트』 中에서
오마르 카얌은 페르시아의 대시인이자 철학자이며, 수학자이며, 천문학자로 명성을 날렸다. 카얌이라는 이름은 '천막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의 아버지 직업에서 유래했다.
그는 고향 니샤푸르와 발흐에서 과학과 철학에 관한 교육을 받은 후 사마르칸드로 가서 대수학에 관한 주요 논문을 완성했다. 중세 최대의 수학자의 한 사람으로, 대수학에서는 이슬람교도 가운데 태두(泰斗)로 숭앙된 학자이다. 2차방정식의 기하학적·대수학적 해법(解法)을 연구하고, 방정식에 대해서도 괄목할 만한 분류를 하였다. 예를 들면, 13종류의 3차방정식을 알아내어 그 해법을 시도하고, 그 대부분에 대해 부분적인 기하학적 해법을 확립하였다. 또 셀주크의 술탄 말리크샤로부터 역법 개정에 필요한 천문 관측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른 천문학자들과 협력하여 이스파한 시에 천문대를 짓도록 위임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철학, 법학, 역사, 수학, 의학 천문학 등의 분야에 능통했지만 불행히도 형이상학에 관한 몇몇 짧은 소논문과 유클리드 기하학에 관한 논문 등 그의 산문 작품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오마르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으로 유명한 『오마르 카얌의 루바이야트』로 인해 그의 시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 1,000편에 달하는 루바이야트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바이야트(Rubaiyat)란 페르시아어로 4행시라는 뜻의 ‘루바이(rubā'ī)’’라는 단어의 복수형이다.
[Omar Khayyam]
그의 4행시는, 그에 선행하는 같은 장르의 시인들의 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고 자유주의·합리주의에서 비롯된 무신론적 색채가 짙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술과 꽃, 노래와 미녀를 사랑하며, 현재를 즐기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다양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애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데, 레바논 출신 작가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아민 말루프>의 『사마르칸드』와 슬로베니아의 <블라디미르 바르톨>의 『알라무트』라는 소설에 그의 행적이 그려지고 있다.
1
그대 잠을 깨라. 먼동이 트자 태양은
밤의 들판에서 별들을 敗走시키고
하늘에서 밤마저 몰아 낸 후
술탄의 城塔에 햇빛을 내리쬔다.
2
아침의 허망한 빛이 사라지기 전
주막에서 들려오는 저 목소리
“사원에 예배 준비가 끝났거늘
어찌하여 기도자는 밖에서 졸고만 있나.”
3
꼬끼오, 닭이 울자 주막 앞에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문을 열어라.
우리들이 머물 시간은 짧디 짧고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못하는 길”
4
지금은 새해, 옛 욕정이 되살아나고
생각에 잠긴 영혼 고독으로 돌아가니
거긴 모세의 하얀 손이 가지 위에 내밀고
예수의 숨결이 대지에서 꽃피는 곳
5
장미꽃 만발하던 이람 정원 사라지고
잠쉬드의 七輪杯도 간 데 없지만
루비가 불붙는 포도원은 예와 같고
숱한 정원이 물가에서 꽃피우네.
6
다윗의 입술 다물렸지만, 울리는 건 거룩한
펠레비 노래, “포도주를 다오, 붉은 포도주”
핏기 없는 얼굴을 물들이고자
장미에게 哀訴하는 나이팅게일.
7
오라, 와서 잔을 채워라, 봄의 열기 속에
회한의 겨울 옷 일랑 벗어 던져라
세월의 새는 멀리 날 수 없거늘
어느 새 두 날개를 펴고 있구나.
8
니샤푸르든 바빌론이든,
술잔이 단술로 흐르건 쓴술로 흐르건,
생명의 술은 방울방울 스며나온다.
생명의 잎새 한 잎 두 잎 떨어진다.
9
아침마다 숱한 장미 핀다고?
그건 그렇다, 허지만 어제 핀 장미는 어드메 갔는고?
장미를 데리고 온 이 초여름절도
쟘쉬드왕과 카이코바드왕을 데리고 갈 것인저,
10
제기랄, 데리고 갈려면 가라지!
우리가 카이코바드 대왕이나 카이코스루 왕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잘과 루스툼더러 실컷 호령하라지,
아니면 하팀더러 만찬에 초대하라지 - 상관 말게 그대는.
11
나와 함께 씨 뿌린 목초지로 가자꾸나.
그곳은 사막과 경작지의 경계선
거기엔 노예와 술탄의 이름이 잊혀진 곳.
황금보좌 위의 마무드여, 안녕!
12
나뭇가지 밑에 시집 한 권,
술 한 항아리, 빵 한 덩이,
그리고 그대 내 곁에서 노래 부른다면
오, 황야도 천국이려니!
13
속세 영화를 추구하는 이도 있고.
예언자의 낙원을 동경하는 이도 있다.
아. 현금을 취하고, 외상을 버려라,
먼 북소리에 기울이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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