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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원제 : Den vidunderliga kärlekens historia] 본문
가면[원제 : Den vidunderliga kärlekens historia]
부제 : 마음을 읽는 괴물,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복수극
스웨덴 작가 <카를 요한 발그렌>의 『가면』은『노트르담의 꼽추』와 『오페라의 유령』, 『향수』를 잇는 작품으로, 끔찍한 외모와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 그리고 그의 소름끼치는 고통과 처절한 복수에 관한 이야기다. 끔찍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지극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내용은 <빅토르 위고>의『노트르담의 꼽추』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기이한 능력을 가진 한 남자의 그로테스크한 살인극이라는 설정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향수』를 연상하게 한다.
이야기는 일찍이 실제 ‘농아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던 미국 매사추세츠 마서스비니어드 섬에서 보낸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편지의 발신인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증손자인 조너선 베어풋이다. 조너선은 귀머거리에 벙어리이며 꼽추에 난쟁이였던, 아름다운 눈만 제외하고는 몸 어느 곳 하나 기형이 아닌 곳이 없어 죽을 때까지 가면을 쓰고 살았던 할아버지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인생을 역추적하고 있다.
1813년 독일, 눈보라가 심하게 치던 어느 겨울, 매음굴에서 두 여인이 동시에 아이를 낳는다. 마흔 시간의 진통 끝에 엄마의 골반 뼈를 부수고 나온 남자아이는, 말도 못하고 귀도 들리지 않으며 심한 언청이에 혀는 뱀처럼 갈라졌으며 팔은 흔적만 남아 있고 다른 곳도 그 못지않게 심한 기형에 꼽추이며 난쟁이이다. 반대로 다른 한 아이는 천사같이 아름다운 여자 아이이다. ‘헤라클레스 바르푸스―독일어로 ‘맨발’이라는 뜻으로, 팔이 없이 태어난 그가 발로 모든 일을 해야 하리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는 ‘괴물’ 같은 외형 때문에 신부에게 세례조차 받지 못하고 매음굴의 여인들 사이에서 숨어 키워진다. 단지 함께 태어나 자란 ‘헨리에타’와 매음굴의 여인들만이 헤라클레스를 이해하고 사랑할 뿐이다. 헤라클레스와 헨리에타는 오로지 교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헤라클레스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유로 자라면서 더욱 심한 고통을 당하게 된다. 부패한 권력자와 종교재판관의 눈에 띄면서 헤라클레스는 매음굴을 떠나게 되고 이후로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헤어지게 된다. 끊임없는 학대와 고통의 순간을 겪게 되는 헤라클레스, 그 와중에 헤라클레스를 도와주던 사람들마저 그 무리에 의해 살해당하고,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이용하여 그들과 세상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복수극임에도 불구하고 『가면』은 결국은 사랑의 이야기다.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헨리에테 포겔을 향한, 헨리에테 포겔의 헤라클레스 바르푸스를 향한 운명적 사랑 이야기이다. 천사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흉측한 괴물 같은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진짜 사랑한다면 영혼까지 그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그러한 사랑을 말이다.
[책 속에서… ]
슈스터 신부는 는 화난 어조로 덧붙였다.
“악마의 첩이 이런 괴물을 낳았다고 믿는 건 병든 영혼의 상상일 뿐입니다.”
“그럼 그 아이의 괴물 같은 기형은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예하께서는 그 아이가 악마의 자식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는 겁니까? 일곱 자루의 푸덕대는 검은 초, 세례 받지 않은 영아의 몸에서 뽑은 지방에 적셔진 초 때문에요? 아이가 기형으로 태어난 것은 원죄를 속죄하지 않은 때문이 아닙니다. 그 어미가 침대로 몽마를 유혹한 때문도 아닙니다.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이 있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태어난 것도 하느님의 뜻입니다.”
작가는 끔찍한 외모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비참한 삶을 그려내며 인간이 가진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 당시 귀족과 정치가들의 부패한 행태와,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형을 악마로 몰았던 종교재판관들, 그리고 전쟁과 가난에 시달리는 하층민들의 모습 등, 19세기 유럽의 사회상을 묘사하며 동시에 인간이 가진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을 잃은 헤라클레스의 처절하고 끔찍한 복수는 시작되지만, 종국에는 이러한 증오심과 편견에서 해방되는 것으로 작가의 메시지는 전달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면이란 편견의 눈길에서 방패가 되는 것이자 우리의 마음속에 도사라고 있는 이중적인 시선을 뜻하기도 한다. 과연 누가 더 흉측한 가면을 쓰고 있는지는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카를 요한 발그렌 [Carl-Johan Vallgren]
196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소설『유목민 ; Nomaderna』(1987)으로 데뷔해 『도박꾼 루바쇼프에 관한 기록 ; Dokument rorande spelaren』(1996)으로 언론과 독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2년 여덟 번째 장편소설 『가면 ― 마음을 읽는 괴물,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복수극』으로 ‘올해의 책(오거스트 상)’을 수상했다. 현재 스웨덴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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