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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비밀 노트[원제:Descartes' Secret Notebook] 본문
데카르트의 비밀 노트
[원제:Descartes' Secret Notebook]
기원전 427년 아테네에서 전염병이 돌자 당시 지도자였던 페리클레스는 아폴론 신의 신탁을 받기 위해서 델로스 섬으로 사절단을 파견하였다. 결국 신탁이 내려졌는데, 내용인 즉 델로스 섬의 아폴론 신전을 두 배 늘리라는 것이었다. 이 신탁을 받은 아테네 사람들은 신전의 길이와 폭 그리고 넓이를 두 배로 확장하였다고 한다. 공사를 완성한 사절단은 결과에 만족하여 아테네로 돌아왔다. 그런데 병마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이에 사절단은 다시금 신탁을 받았는데 그 결과를 듣고 깜짝 놀랐다. 신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네는 아폴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소. 신이 요구한 대로 신전의 크기(규모)를 정확히 두 배로 늘리지 않았단 말이오. 돌아가서 아폴론이 지시한 대로 따르시오.!"
그제서야 아테네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들은 신전의 길이, 폭, 높이를 각각 두 배로 늘렸기 때문에 실제로는 신전의 부피를 8배 (2×2×2 = 8)를 늘렸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그리스 건축가들은 직선자와 컴파스 만으로 크기를 작도를 하였는데 아무리 크기를 계산해 봐도 그 크기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신전의 크기를 2배로 키우지 못했을까? 신전과 같은 입체도형의 부피, 예컨대 정육면체의 부피를 2배 늘리려면 가로, 세로, 높이 각각에 2의 세제곱근을 곱해야 한다. 세제곱근을 곱해야 필요한 수인 2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선자와 컴파스 만으로는 세제곱근 만큼 늘어난 값을 계산할 수가 없었다. 이는 피타고라스나 유클리드와 같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오늘날과 같은 대수학 이론과 데카르트에 의해 발견된 해석기하학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다음과 같은 고대 그리스시대 기하학의 3대 난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1) 정육면체의 부피를 두 배 늘리기
(2) 원과 면적이 같은 정사각형을 작도하기
(3) 각을 3등분하기.
그런데 데카르트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통합함으로써 고대 그리스의 세 가지 난제를 풀어냈다. 그는 그리스 기하학이 가진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했는데, 가령 위에서 이야기한 난제 중 (2)번의 경우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직선자와 컴파스 만으로는 세제곱근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한편 그는 직선자와 컴파스로 제곱근은 작도할 수 있음을 대수적으로 증명하였다. 데카르트의 연구는 고대 그리스의 지혜를 현대로 가져옴으로써 수학의 모든 분야에 공헌했으며, 21세기 수학 발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나는 생각 한다. 고로 나는 존재 한다(Cogito, ergo Sum)”로 유명한 데카르트(1596~1650)는 서양 철학과 수학의 토대를 세운 서양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런데 그에게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비밀 노트가 있었다. 이것은 그의 사후에 금고에서 발견된 것으로 여기에는 복잡한 수학 공식과 도형이 적혀 있었으며 증명 과정이 모두 암호로 되어 있었다.
<아미르 D.악젤>이 쓴 『데카르트의 비밀 노트』는 조금은 남달랐던 수학자 데카르트의 삶을 통해 17세기 유럽의 어두운 지식 사회를 그려낸다. 데카르트가 남긴 이 비밀노트를 매개로 저자는 그의 생애와 당시의 시대상, 과학의 이면사를 들추어내며 종횡으로 과학사를 섭렵한다.
1650년, 데카르트가 스웨덴에 크리스티나 여왕의 개인교사로 건너갔다가 급작스런 독감증상으로 사망한다.
※ 독살설도 존재한다. 그를 치료했던 의사가 위트레흐트논쟁으로 인해 데카르트를 극도로 혐오했던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한다.
데카르트 사망후, 생전에 그가 기록했던 문서들은 당시 스웨덴주재 프랑스 대사였던 샤뉘를 통해 프랑스의 지인이었던 클로드 클레슬리에게로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배가 난파하여 데카르트의 노트를 소실할 뻔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문서를 손에 넣은 클레르슬리에는 데카르트의 노트들을 살펴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온갖 알 수 없는 기호와 암호로 가득 차 있어서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노트가 하나 있었다.
한편 당시 미적분문제로 씨름하고 있던 독일태생의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때마침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동시대의 유명한 수학자였던 크리스티앙 호이겐스의 도움을 받아 데카르트의 유고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라이프니츠가 데카르트의 미발표 문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당시 그가 연구하고 있었던 미적분이론과 큰 관련이 있다.
라이프니츠는 1673년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 수학계 인사들과 교류를 하였고 왕립학회의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일부의 영국학자들은 그의 수학의 업적은 "데카르트로부터의 연역에 불과하다"고 폄하였다고 한다. 또한 "데카르트가 새로운 수학적 방법의 진정한 창시자였고 그의 후계자들의 공헌은 오직 데카르트의 연장이며 상세화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편지를 받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에 미적분이론과 같은 새로운 수학이론을 고안하고 있던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가 남겼다고 하는 미발표 유고들 속에 혹시라도 자신이 발표하려고하는 수학이론과 비슷한 것이 있지 않았나하는 확인 작업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혹시라도 자신이 미적분 이론을 발표한 이후 데카르트의 유고가 출판되어 자신의 독창적 이론이 의심받게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가뜩이나 영국수학자들로부터 데카르트의 후계자에 불과하다라는 평가를 듣고 있던 마당에, 때 마침 데카르트의 비공개 노트에 대해서 듣게 된 그는 부랴부랴 호이헨스의 소개를 통해서 클레르슬리에가 보관하고 있었던 데카르트의 유고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마침내 라이프니츠는 클레르슬리에가 보관하고 있던 비밀 노트를 찾아내고, 몇 장을 베껴내는 데 성공했다. 라이프니츠가 보았던 데카르트의 사라진 "비밀노트"의 제목은 <입체의 요소에 관하여>였다. 노트는 모두 16쪽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노트에는 도형그림이 한쪽에 빽빽하게 그려져 있었고 온갖 상징들과 암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라이프니츠는 암호해독의 전문가였다. 또한 장미십자회 회원이었으므로 장미십자회 회원들이 사용하는 상징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필사를 하다가 그는 중간에서 멈추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시간도 촉박했을 뿐더러 그 노트의 핵심내용을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짤막한 주석을 남겼다. 그런데 그 주석이 완벽하게 이해되기 까지는 또다시 300년이 걸렸다. 그 주석의 해독은 1987년 프랑스 출신 수학자인 피에르 코스타벨에 의해서 비로소 완성된다.
저자는 비밀 노트에 쓰인 이상한 수열이 3차원 다면체에 대한 분석이었으며 이것이 발표됐더라면 기하학 연구에 큰 기여를 했을 텐데, 종교재판이 두려워 데카르트가 이를 감췄다고 적었다. 데카르트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대립한 긴장의 시대를 살았다. 독실한 가톨릭 가정교사 밑에서 자랐지만 가족이나 친지, 동료 대부분은 프로테스탄트였던 현실은 데카르트의 비밀스러운 성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의 앞선 예에서 보듯, 교회의 가르침에 토를 단다면 학자로서의 명성은 물론 생명까지 내놓을 각오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자신이 파악한 진리가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으로 향하는 걸 두려워했다. 저자는 결국 데카르트가 종교재판이 두려워 과학과 철학의 연구 성과들을 출판하는 데 매우 소심한 태도를 보였다고 바라봤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게 마련이다. 자기 혼자만이 간직하고 싶어서 비밀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폭로됐을 경우에 몰고 올 파장이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간직하게 된 비밀도 있다. 전자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간직되지만, 후자의 경우는 우리가 정치판에서 흔히 보는 바와 같이 범죄 또는 그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어쨌거나 ‘비밀’이라는 단어는 항상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자 소개 : 아미르 D. 악젤]
수학자이자 미스터리 작가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수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오리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 과학사학과 객원교수이며, 2004년에 구겐하임 재단의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저서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고대 수학 문제의 비밀을 풀다』, 『기회를 만드는 확률의 법칙』, 『신의 방정식』, 『나침반의 수수께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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