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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론·News

아웃사이더

[책갈피] 2005. 9. 5. 11:47

아웃사이더(outsider) 


늘은   전에 <앙리 바르뷔스>의『지옥』을 소개하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하려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빠지게 되는 고민은 이 책을 어떤 부류의 책으로 분류해야 하나하는 물음이다.  일단은 저자가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고 그것을 비평하는 형태를 취했으니 우선 분류하자면 일종의 문예 비평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에는 단순한 문예비평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콜린 윌슨>의 번득이는 기지와 영감에 넘치는 문장은 매 페이지마다 기이할 정도의 활력과 존재론적 성찰의 순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웃사이더’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사회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 그 범위 밖에 있는 사람이나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본래는 국외자(局外者)·문외한 등을 뜻하는 말이다. 사회학에서는 내집단에 대한 외집단을 의미하며 경제학에서는 몇 개의 기업이 카르텔·트러스트·동업조합을 결성하고 있는 경우, 그 협정에 참가하지 않은 채 경쟁적 입장에 있는 기업은 아웃사이더가 된다.  두개의 서로 다른 사회나 문화, 또는 시대적 변화의 과도기에 있어서 어느 쪽에도 결정적으로 속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집단은 아웃사이더의 성격을 갖는데, 사회변동기의 청년세대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아웃사이더는 특정 집단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상(事象)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또 창조성의 발휘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반면 일탈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철학적 의미에서의 아웃사이더는 기성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머무르지 않고 그 틀 밖에서 사물을 자유롭게 보고 비판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편 이 말은 1955년 <콜린 윌슨>이 그의 저서 『아

     사이더』에서 일련의 작품의 주인공·철학자·작가·

     모험가 등을 묶어 ‘아웃사이더’라고 부름으로써 문학

     상의 중요한 술어가 되었다.    <윌슨>은 이 책을 통

     해 지금까지 나타났던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가들 -

     특히 바르뷔스, 사르트르, 카뮈, 헤밍웨이, G. 그랜

     바커,  헤세, 헨리 제임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작품에 나오는 몇몇 주인공, 그리고 철학자 니체,

     윌리엄 제임스, 모험가이자 작가 T. E. 로렌스,  화가

     반 고흐, 무용가 니진스키 등-의 인생관과 생활관,

     작품과 생애를 반추하며 그들 모두에게 하나의 커다란

공통점, 즉 '아웃사이더 기질'이라는 것을 발견해내고 있다.  한마디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요컨대 '아웃사이더 기질'이란 일상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무관심한 기분, 반면에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윌슨 자신이 그 후의 저작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 기준은 그리 명확하지 않지만, 그가 정의한 ‘아웃사이더’의 특징에는 삶에서 소원감(疏遠感)·비현실감을 느끼고, 부르주아의 세속적인 삶에 안주하지 않고 삶의 진화론적 완성을 기도하며, 요설(饒舌)과 무의미한 행위로 가득 찬 속물적인 일상에서 뛰쳐나와 실존하고자 하는 등의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콜린 윌슨>이 사용하는 '아웃사이더'란 말의 용어는 지금 우리가 흔히 문화적 정치적 소외자들을 일컫는 용어로 쓰는 '아웃사이더'란 용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단순히 약자, 소수자란 의미보다는 그 파장이 깊고 넓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니체의 '위버멘쉬(초인)'과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할 정도인데, 실제로 이 책에서 니체는 여러 번 불려 나와 콜린 윌슨의 대화 상대가 되어야 했다.


이 책에서 윌슨은 '아웃사이더 문학'의 특질들을 나열하고, 성격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즉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웃사이더의 철학'이고, 찾고자 하는 것은 '좀 더 발전적인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방법인 것이다. 그것을 위해 작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웃사이더에 관련이 있는 많은 사례가 제시한다.  이런 방법으로 과연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는지의 문제는 차치해 두고서라도, 불과 24세의 나이로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콜린 윌슨>에 대해서는 일종의 경외감마저 들게 된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비평가들은 마치 전기쇼크를 받은 것처럼 당황했다고 한다.  당시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필립 토인비가 '업저버'지에 '콜린 윌슨은 누구인가'를 발표하여 그를 격찬했고, 윌슨은 하루아침에 존 J.오스본, 존 웨인과 더불어 "성난 젊은이들(Angry Young Men)"의 대표적 존재가 되었으며 『아웃사이더』는 영국과 미국에서 논픽션 베스트셀러 톱을 차지하고 18개월 이내에 14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아웃사이더』에 등장하는 일련의 '아웃사이더'들의 공통성이 어떻게든 비극적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라면 진정한 승자가 누구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낙천적 아웃사이더 기질을 지닌 <콜린 윌슨>이 바라보는 최후의 가능성이란  '비전'을 보거나 열정적 신념을 가졌을 때에 실현된다.  <콜린 윌슨>이 내린 결론이란, 어쩌면 너무도 낙천적인 가이드에 불과할지 모른다. 저자 자신도 지적했듯, 그의 고찰은 그저 방향성을 제시할 뿐이다. 전진이냐 추락이냐는 개인적 문제가 된다. 다만 존재에 관한 끝없는 물음과 통찰은 눈을 뜨게 한 그 자체로서 의의가 있는 것이며 현실의 직시와 존재감의 확인’이 되풀이되는 동안에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눈에 비전이 보이기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의 해박하고 탁월한 지식이 가득 찬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나는 인사이더인가 아웃사이더인가, 아니 인사이더이어야 하는가 아웃사이더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잠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지은이 소개]

<콜릴윌슨(Colin Wilson)>은 1931년 영국 레이세스터에서 태어났다. 공업학교를 다닌 것 외에는 별다른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문학 전반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였다. 1950년 프랑스로 건너간 것이 계기가 되어 행동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았으며, 1956년 데뷔 작품인 평론집『아웃사이더』를 발간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소설, SF, 평론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문학과 상상력』, 『시간의 발견』, 『우주의 역사』,『어둠 속의 제식』, 『현대 살인백과』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