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도서관
성 소피아 성당(2) - 이스마일 카다레 본문
5.
그들은 그리스도와 그의 어머니의 얼굴 위에 석회반죽을 묻힌 솔을 고통스럽게 문댔다. 그러나 석회층이 너무나 얇아서 석회가 마르자, 앞장서서 얇은 막을 찢어내듯 가시 면류관이 처음으로, 이어 십자가의 상처들이, 그 다음으로는 나머지 전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석공장들이 이 문제를 문의하러 그에게 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그들이 묻고자 하는 질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석회층을 덧입힐까요? 건축가는 그와 꼭 반대로 했다. 그는 투명한 하늘을 살리기를 원하기라도 하는 듯 물을 타서 석회층을 더욱 얇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시체를 보고 내뱉듯, 기아우르!, 배신자!, 배교자!라며 고함을 질렀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시체와 그와의 차이는 오직 하나, 그가 서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자신의 입장을 밝힐 차례가 오자 그는 간결하고도 명료하게 설명했다. 그 성화들을 뭇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게 덧칠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석회반죽 아래 억압된 기독교의 정신이 나타나그 강도를 가중시킬 위험이 있었다. 그는 돌 하나하나의 내부에 심지어 그보다 깊이 살아 있는 정신을 느끼곤 했다. 그것을 일시에 덮어버려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건 아니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그건 안될 일이었다! 그가 해놓은 대로 반쯤 자유로운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만이 그것이 스스로 스러지게 하는 길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명분을 획득했다. 그러나 성당으로 돌아가며 그는 털끝 만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석회반죽 단지를 들여다보았다. 유백색임에도 북구하고 석회반죽은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는 반죽에 맺힌 상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그건 마스크라 불러도 좋을 것 같았다. 어쩌면 바로 이런 식으로 인간의 불변의 모습이 우주의 위대한 서(書)에 각인되었으리라.
습관처럼 그는 사방으로 건축물을 따라 오래도록 걸었다. 상당수의 기둥들은 이미 두 종교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둥근 천장의 좌반구도 마찬가지였다. 마흔 개의 창문 중 열세 개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였다. 성당은 천천히 퇴각중이었다. 성당은 양보하는 인상이나 후퇴의 순간이 지나면 돌연 반격을 하곤 했다. 그는 그 나름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는 성당의 변덕을 감내하고 있었는데 그는 성당이 변덕스럽다고 밖에는 달리 상상할 수 없었다. 이따금 그는 성당의 미래에 대해 온갖 추측을 해보곤 했다. 성당에 불어넣은 새로운 정신이 성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노쇠하게 만들까, 회춘케 할까, 아니면 불멸성을 획득케 할까? 짐작하는 바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의 변화를 이슬람의 승리로 간주했다. 그러나 많은 수는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기독교 측의 저항으로 보았으며, 또 더욱 적은 수이긴 하지만 다른 일부의 사람들은 그 속에서 불가능의 극복이라는 전대미문의 메시지를 보기도 했다. 그들이 발견한 것에 기겁을 한 그들은 그들의 집으로 달려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 위해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는가 하면, 그것이 그들의 생각을 어둡게나 할 뿐이라는 자각이 든 그들은 하루 내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거나, 의혹의 찌꺼기가 머리칼에 붙어 있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박박 밀기도 했다. 마침내 그들은 그들의 모든 노력이 허사임을, 무엇으로도 사변(思辨)을, 한 감옥에 갇힌 두 종교 중 어느 쪽이 생존할지 혹은 함께 멸망할지에 대한 의문을 말끔히 떨쳐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원 지대에서 불기 시작한 건조한 바람이 그들의 불안을 증대시키고 있었다. 이따금, 사람들은 바람결에 오스만 제국의 오랜 상징인 잿빛 늑대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고 믿었으나 아무도 그 긴 울음의 의미를 파악해내지는 못했다.
건축가는 제단에서 술탄의 기도실까지 오가고 있었다. 거센 바람소리 속에서 기둥들은 한층 말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세번째, 네번째, 땀을 흘리며 술탄이 이마를 대면 술탄의 두통을 가라앉혀주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일곱번째, 주두(柱頭)에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열두번째, 귀부인의 회한이 깃들인다는 열네번째, 그리고 다른 한 기둥, 또다른 한 기둥 옆에 이윽고 잔뜩 찌푸린 것 같은 마지막 기둥이 서 있었다.
시간은 있다구, 그는 점점 더 다급한 걸음으로 서성대며 혼잣말을 했다. 그에게는 그것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그것들을 허물거나 혹은 그것들 앞에 무릎을 꿇을 시간은 분명 얼마든지 있었다.
6.
최초의 회교 기도회가 금요일에 치러졌다. 술탄은 다른 사람들과는 떨어진 곳에 마련된 그의 자리에 좌정했으며 다른 사람들은 둥그런 원내에 정렬했다. 이맘이 칼을 뽑고 코란을 낭독했는데 이것은 피의 댓가로 정복한 사원은 또한 피로써 수호되리라는 것을 의미했다.
술탄은 둥근 천장을 향해 단 한 차례도 고개를 들지 않았는데 그런 행동은 그가 그것을 허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믿게 할 우려가 있었다.
수백 명의 가슴으로부터 울려나오는 알라는 위대하시다!라는 외침이 오랫동안 공명되더니 차디차게 식으면서 주위로 떨어져내렸다.
기도가 끝나자 술탄은 대신들과 호위병들만을 대동한 채, 회교사원 안에 끝까지 남아 있었다. 그의 행동거지에는 그가 두통을 앓고 있다고 추측케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땀을 흘리곤 하는 예의 그 유명한 기둥으로 다가가더니 그 기둥에 이마를 댔다.
그를 수행한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당혹해했다. 모든 것이 정상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믿는 척해야 할지, 놀란 마음을 드러내야 할지, 혹은 의사장을 불러야 할지 곤혹스러웠다.
시간은 더디 흘렀으며 총리대신의 눈에는 매우 강한 우려가 담겨 있었다. 얼이 빠진 호위병들은 얼어붙은 듯 꼼짝도 않고 있었다. 반쯤 눈을 감은 술탄은 반수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그의 한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가 경련을 일으키듯 두 차례 부르르 떨렸다. 그러더니 술탄은 마치 공격이라도 피하려는 듯 기둥에서 흠칫 이마와 전신을 함께 떼냈다. 그의 단도자루 위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그의 오른손은 모두에게 백지장같이 보였다. 그들 중 일부는 오라며 외마디를 질렀다고 생각했으나, 그러나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술탄은 입속으로 몇 마디 웅얼댔으나 단도를 뽑아들지는 않았다. 그는 심지어 단도자루에서 손을 떼어 이마로 가져갔다.
의사장이 황급이 달려왔으나 술탄은 돌연 기둥을 향해 등을 돌리고는 아무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장 출구를 향했다.
마침내 건축가 기아우르는 홀로 남았다. 그의 귓전에는 술탄의 수행원들이 옷자락 끌리는 소리같이 남기고 간 속삭임의 끝자락이 울렸다. 기둥이…… 술탄을…… 무슨 배신자처럼…… 치려고…… 했어…….
그는 기둥 가까이 다가갔으며 기둥에 아주 소량의 습기가 맺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눈을 감았다. 그는 눈을 뜨며 창백하고 둥그런 습기의 흔적 속에 어떤 신호가 나타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둥그런 습기자국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좀 진해진 것 같기도 했으며 균열에 의해서인 듯 가운데 금이 가 있었다. 그는 다시금 그 기둥 가까이 다가가 이마를 대고 기다렸다. 기둥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점점 또렷하게 그의 이마의 부딪는 소리에 응답하려는 것이 분명한 희미한 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말해, 건축가는 기둥에 몸을 바싹 붙이며 속삭였다. 할 수만 있다면 너의 전언을 나에게 말하도록 해.
7.
내가 술탄을 치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야. 그것은 그의 상상력의 소산일 뿐이지. 그가 나에게 그의 이마를 대는 순간, 나는 곧 그가 다른 자들과 똑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감지했지. 나는 왕이라는 족속들을 잘 알아. 지난 9백 년 이래로 나는 이곳에 있어왔는데 수십 명의 비잔틴 황제들이 터키의 황제가 조금 전에 했던 대로 두통을 덜려는 바람에 그들의 머리를 나에게 기대곤 했었지. 실상은 그들은 두통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고통을 덜려고 이곳에 오곤 했었어. 그들의 번민은 나에게는 비밀이 못 됐지. 전율처럼 그들의 첫 의혹들이 나의 전신을 타고 돌며 그런 다음에는 두 배는 더 비통한 다른 의혹들이 그들에게서 나오고 나머지는 그에 따른 응분의 것들이, 그들이 사랑의 흔적으로 착각하곤 하는 원한들과 죄악의 원초적인 싹과 허무에 대한 두려움과 왕관의 케케묵은 다이아몬드와 함께 느껴지곤 하는 돌연 늦가을의 고아 같은 느낌 등이 전달되어 오는 거야.
그들은 번민을 덜고 나를 떠나지. 그러나 그들이 다음 번에 돌아올 때면, 그들의 혈관은 독약으로 확장되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에 빠져 있곤 했어. 그들은 마치 파선한 자들이 널판을 부여잡듯 불가능한 것을 바라면서 점점 더 세게 나를 껴안곤 하는 거야.
내가 자네에게 이 모든 것들을 말해주는 것은 자네가 나에게 물었기 때문이라거나 내가 해줄 수 없는 어떤 전언을 전해달라고 나에게 간청했기(그들도 모두 나에게 그와 같은 기도를 했었어) 때문이 아니라, 자네가 다른 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이야…… 자네가 나에게 자네의 몸의 중심부를 밀착시킨 때부터 그리고 내가 이 사원의 침묵을 느낀 이래로 나는 자네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지. 자네는 나와 같아.
수세기 동안, 나는 그들과 화목할 수 없었어. 그건 그들이 나에게 불가능한 것을 부탁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소위 병색이 짙은 안색으로 이마를 붙이러 오곤 했는데, 실제로는 그들은 나에게 그들의 몸을 밀착시키고 싶어 붙같이 타오르곤 했었어. 황금 수가 놓인 비단 아래로 나는 그들의 성기가 그들의 단도만큼이나 인정사정 없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구. 여자들의 음부로 말할 것 같으면 그건 훨씬 더 만족할 줄을 몰랐지. 그들이 나의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용을 썼다면 그네들은 내가 그네들을 범해주기를 열망했지. 그네들은 음부로 그들보다 훨씬 더 거세게 나를 압박하고는 열에 들떠 고대하곤 했어, 미친년들. 이쪽이나 저쪽이나 내가 그들이 바라는 모습이기는커녕, 그들은 내가 그들이 바라는 것과는 영 딴판이라는 황금실로 수를 놓은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지.
친구여, 나는 자네와 같아.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거야. 나는 이곳, 나의 모공 속에, 어제 전복된 천년제국의 모든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지. 나의 몸 사방에 쏟아놓은 그들의 생각들은 나의 온몸에 흔적을 남겼어. 그리고, 방금 전에, 술탄의 두뇌가 그의 생각을 쏟아놓기 시작하자, 술탄은 자신의 생각이 유물이 된 그들 전임자들의 생각과 상충되리라는 것을 감지했던 거야. 나의 친구여, 그건 그들이 효과 때문에 지니는 기장이나 그들이 숭배하는 신을 제외하면 그들은 같은 종족이기 때문이야.
나는 그들에 관계된 것이라면 모르는 게 없지.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위험에 처해진 거야. 당신네들이 잎새만을 보는 봄 나무 속에서 나는 그 줄기에서 뽑아낼 널판들로 만들 관을 예감하지…… 더이상 이런 압박을 견딜 수 없다는 느낌이 너무 자주 들어 나는 어느 날이고 결국에는 풍비박산이 나고 말 거야. 그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그들은 나를 없애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거야.
자네는 어쩌면 내가 실금이 간 기둥이라고 생각할 테지. 어쨌거나, 나의 친구여, 자네는 절대로 그들만큼은 악해질 수 없을 거야. 기껏해야 자네는 나의 몸의 일부에만 철고리들을 둘러 조이거나 정신병자들의 코르셋을 입히라고 명령하겠지.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자네는 나의 광기를 누설하지 않을 만큼은 선량할 거야. 자네는 그런 조처를 취한 것은 이 낡은 기둥이 부서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만 둘러댈걸. 나의 주위로 몰려들곤 하는 관광객들은 그 말을 믿을 테지. 그러니 지난 9백 년 간의 나의 생애 동안, 아마도 나는 처음으로 내 자신이 타인의 동정의 대상임을 느끼게 될 테지……
저런, 자네 벌써 눈물을 흘리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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