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전 투 - 이라크전을 생각하며
미-이라크전이 예상과는 달리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전쟁의 진행에 따라서 민간인을 포함해서 무고한 희생자가 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합니다. 전쟁 초기의 막연한 호기심(?)도 이제는 짜증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무엇 때문에 ? 라는 물음에 답을 주지 못하는 명분 없는 전쟁이 한창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좀 우울한 기분으로 전쟁소설의 백미라할 수 있는 <파트릭 랑보>가 쓴 「전투」를 소개합니다.
저자 소개
저자, 파트릭랑보는 194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콩도르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낭떼르 대학을 다녔다.
강의실에 드나든 건 두 달쯤이나 될까, 밤낮 영화관에서 지내기를 더 좋아했다. 1968년 어쩌다 보니 공군 사병이 되었고 제대해서는 웬 괴상한 책을 자신의 첫 책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어느 출판사에서 윤문을 맡아하게 된다.
1970년 악튀엘 지의 창립에 참여하여 이 잡지사에서 14년을 보냈다. 이 시기 동안 그는 사촌 뷔르니에와 함께 패러디 작품들과 역사소설들을 쓴다. 그는 특히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롤랑 바르트.를 즐겨 패러디했다.
이후에도 그는 생계를 위해 대필을 포함해서 역사소설, 패러디, 희곡, 시나리오 등 30여 권의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펴낸다. 그가 30여 년 동안 자기 이름 혹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쏟아낸 원고 분량만 10만 페이지가 넘는다.
2만 5천여 권의 장서로 가득 찬 파리의 셋방에서 낡은 타자기만으로 수십 년을 작업해온 그는 1997년『전투』로 공쿠르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을 동시에 수상함으로써 젊은 날의 고생을 보상받는다.
1976년에『자유의 음모』로 알렉상드르 뒤마상, 1977년에『1848년』으로 라마르띤느상, 1988년에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패러디『비르지니 Q』로 앵솔랑상을 수상했으며, 주요작품에『어느 장관의 죽음』『산 마르코의 마지막 여행』『거창한 비밀』『눈이 내리고 있었다』등이 있다.
< 3초에 한명씩 죽어나간 미친 전쟁 - 에스링 전투>
모든 전쟁은 미친 짓이다. 전쟁에 구경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폭탄은 전쟁의 명분이 겨냥하는 범죄자들에게만 떨어지지 않는다.
『전투』는 오스트리아가 1809년 나폴레옹군에 맞서 벌인 에스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나폴레옹은 1808년 스페인 독립전쟁에서 패하긴 했지만,오스트리아의 낌새를 눈치채고 빈에 입성한다.
초기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군은 그러나, 물이 불어난 다뉴브강을 건너 무리하게 전투를 벌이다 패퇴하고 만다.
바로 이 에슬링 전투는 역사가 <루이 마들랭>에 의해 "대살육의 시대를 열었고, 장차 황제의 원정을 특징짓게 한다"고 평가받은 역사의 분수령이었다. 30시간 동안 오스트리아군 2만7천명, 프랑스군 1만3천명이 죽었으니 3초에 한 명꼴로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재미와 문학성을 겸비한 역사소설의 모범이랄 수 있는 이 소설은 이런 격전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해내고 역사적 인물들을 생동감있게 되살려 냄으로써 강한 흡인력을 보여준다.
나폴레옹을 라틴어를 사용하며 잘난체 하는 속 좁은 인물로 그려내며 작가 <스탕달>을 등장시킨다. 사병.장교.장군 등 여러 계층의 인물 묘사도 손색이 없으며 행동 묘사 위주의 간결한 문체도 외국 소설, 특히 프랑스 소설 특유의 만연체와는 거리가 멀다. 꼼꼼한 문헌학적 작업을 거친 저자의 성실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참고로 『전투』가 다룬 에슬링 전투는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가 1백70여년 전에 구상만 끝내 놓고 결국 작품으로 마감하지 못한 소재이기도 하다.
지구 한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이라크전의 양상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더욱 흥미롭다.
전쟁은 몇 개의 면과 몇 개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몇 개의 면을 정복하기 위해서 몇 개의 선이 그어진다. 그러나 우연의 요소에 의해서 선들이 잘려지고, 몇 개의 면 안에 병사들은 고립된다. 그리고 잔인한 살육. 피가 튀고, 살점이 으깨어지고, 뼈가 꺽인다, 야전병원의 의사는 목곡용 톱으로 부상자들의 다리와 팔을 썰어낸다. 사이사이 벌어지는 약탈, 강간. 군수품을 조달받지 못하는 병사들은 죽은 말고기를 토막내어 흉갑에 넣고 끓여먹는다. 양념이 없어 화약가루를 뿌린다. 소설에서 모든 것은 극도의 정확성으로 복원되어 있다.
전쟁이라고? 작가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너무나 정확하게 말한다. 아니, 어떤 추한 운명이라고. 이기고 지는 것은 한번의 바람, 강물의 변덕에 달려있다. 그런데 세계여, 우리는 그 한번의 바람에 기대어 파들파들 떨고 있다.
정녕 그 추한 운명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매번? 아니, 매번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어이 매번 전쟁은 벌어지곤 했었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어리석음이다. 특히 전쟁을 일으키고 지휘하는 지도자는 더 말할 것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