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2005. 8. 10. 21:30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그야말로 ‘향수’에 관한 악마적인 이야기이다. ‘감미로운  향수와 잔혹한 살인’이라는 기상천외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1985년 발간되자마자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고, 30여 개국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다. 만 2년 만에 200만 부가 팔린 이 소설의 매력은 냄새, 즉 <향수>라는 이색적인 소재에서 이끌어 낸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위트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냄새에 관한한 천재적인 감각을 가졌으나 정작 자신은 아무런 체취도 없는 주인공 그루누이. 그 주인공은 지상 최고의 향수를 위해서 스물다섯 차례의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오히려 그 과정이 천진스럽기까지 하다.


소설은 18세기를 배경으로 하여 냄새에 관해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났지만 세상에서 소외된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향수로 세상을 지배하는 과정을 그린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 듯이 그루누이는 일생동안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주인공이 살인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냄새’ 때문인데 그의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냄새’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더러운 시장 통 생선좌판 위에서 태어난 그는 세상의 온갖 냄새에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특별한(?) 인간이었고, 그로 인해서 그는 악마의 자식이란 오명을 쓰고 남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루누이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아이였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 못하고 늘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일까? 그는 세상을 냄새라는 척도로 판단하고 냄새만을 추구하며 살게 된다. 그런 그가 그 냄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섬뜩한 느낌까지 준다.


그루누이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25명의 소녀를 살해하고, 그녀들의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소유한다. 결국 엄청난 행적이 드러나 사형선고를 받게 되지만, 그의 신념이었던 최고의 향수가 사형장에서 드디어 효과를 드러내게 된다.

그가 매혹적인 '사랑의 향수'를 몸에 바르고 사형장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그 향기에 취해서 그를 사랑하게 되고 존경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매력적이며 가장 완벽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만들어낸 향기에 취해 거의 환각상태에 빠져 너무 사랑스러운 그를 먹어버리게 되고, 기쁨에 충만해 있는데.......... 

끔찍한 결말은 우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얼일까?  한참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는 1949년 뮌휀에서 태어나 암바흐에서 성장했고 뮌헨 대학과 엑 상 프로방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썼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콘트라베이스』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며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루누이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향수』, 조나단 노엘이라는 한 경비원의 내면 세계를 심도 있게 묘사한『비둘기』, 평생을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별난 인물을 그린『좀머 씨이야기』등의 중·장편 소설과, 단편집『깊이에의 강요』등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