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나라소설

성장소설 읽기

[책갈피] 2005. 8. 10. 20:51
 

자녀와의 대화 - 성장소설 읽기

 

우리방 님들의 나이는 30~40대, 더러는 50대 분들도 계십니다. 결혼하신 분이라면 자녀 한두명씩은 양육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네들과 끊임없는 마찰과 갈등을 야기하고 자칫 딴데로 맘을 쏟아 부모마음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 과정은 성장기 자녀들에게 꼭 한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적 성격이 강합니다. 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온 자녀만이 올바르게 인생을 꾸려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성장기 자녀들을 이해하는 방법은 우선 그들의 세계를 알아야만 하겠지요. 그들이 뭘 생각하고 뭘 바라는지를.........


그래서 오늘은 성장소설에 대하여 얘기 좀 하려 합니다.

성장소설은 어린 주인공이 자아를 의식하고 세계속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성장소설을 통해서 인생에 대하여 심도있는 체험과 인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장소설은 독일에서 발달했는데 이는 독일인들이 존재의 시간성을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괴테>의 「빌헤름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상인의 아들인 빌헤름이 어떻게 유년기의 주관성 을 벗어나고, 체험을 통해 깨달음의 과정을 거친 다음, 사회와 화해해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조화롭게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다음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입니다. 이 작품은 아마 우리 방 님들도 한번은 읽었을 거라 생각되어 설명을 드리진 않고 다만 이 작품에 나오는 너무나도 유명한 말로 대신하죠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서스>다."


의 「호밀밭 파수꾼」은 홀든 콜필드라는 열일곱살의 소년이 네번째로 고등학교에서 쫓겨나 사흘반동안 뉴욕의 언더그라운드를 배회하며 겪는 갖가지 모험을 그린 소설입니다. J.D샐린저는 장편 「호밀밭 파수꾼」한 권과 몇 권의 단편소설로 일약 미국문단의 총아가 된 사람입니다. 기성문화에 반항하는 반문화적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이 소설은 1951년 소설이 출간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등학생과 대학생, 학부모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되었습니다.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1961년 미국 퓨리처상을 받은 작품으로 그녀가 쓴 단 한편의 작품입니다. 이작품은 미국에서만 1,500만부 이상 팔려나가 1962년도 베스트셀러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진 루이스 핀치>라는 여성이 일곱 살때부터 열살까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씌여진 이 소설은 1930년대 미국 남부 앨라버마주의 조그만 마을인 메이컴을 배경으로 변호사인 아버지를 보며 네 살위인 오빠 <젬>과 함께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얘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인종적 편견과 이웃에 대한 미스터리도 가미되어 있는 이 소설은 삼년 동안에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조금씩 이해를 넓혀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우리 나라에서도 두 차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이제 눈을 안으로 돌려 우리나라 소설에 대하여 얘기해 보죠

우리 나라 작품중에서 <신경숙> 의 「외딴방 」, <은희경>의 「새의 선물」, <손종일>의 「어린 숲」에 대해서 말씀드리려 합니다. 사실 뒤의 두 작품은 성장소설이라 말하긴 좀 곤란 한 점은 있습니다.

「외딴방」은 작가<신경숙>의 자전적 고백이 강한 소설로 열여섯에서 스므살까지의 아프고 잔인했던 시절,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문학적 꿈을 키워가던 소녀 시절을 작가 특유의 잔잔한 글투로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느 평론가는 「외딴방」에 대하여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의 고통과 비애는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수렴되고 과거의 한 순간은 기억의 응달에 박혀있는 돌부리가 아니라 다시금 살려내야 할 값진 재보가 된다"라고 했습니다.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새의 선물」은 60년대 말에서 70년대로 넘어가는 특정된 한 시기에 열두살배기 <진희>라는 소녀를 화자로 하여 애기를 전개해 갑니다. 당돌하고 영악한 화자의 시선은 우리가 믿고 좇는 규범과 상식과 미망의 허를 여지없이 찌르고 있습니다. 결손가정의 한 소녀가 성장과정에서 치르는 갖가지 통과의례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이 따스함은 시종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작가의 해학적 문체와 치밀한 심리묘사 에서 비롯됩니다. 보아서는 안될 삶의 이면을 너무 일찍 보아버린 아이의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 과 거기서 오는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가차없는 묘사는 이 소설이 주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손종일>의 「어린숲」은 화자인 여섯살배기 <임대평>의 성장기로 경상도 시골 면소재지에서 형들과 동생, 부모와 이웃과 살면서 일어나는 일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자연은 있으나 사회는 없는 어린 아이의 시각과 사회는 있으나 자연은 없는 어른의 시각을 놀랍게 결합하여 리얼리티와 미스터리를 동시에 보존하고 있으며 치밀한 묘사와 유장한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제 7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새의 선물」이 여자아이의 입장에 서서 씌여졌다면 이 작품은 남자아이의 시각으로 기성세대의 모순과 가식, 허구를 꼬집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은 어린아이의 시각을 빌려 얘기를 끌어나가고 있지만은 때로는 기성세대의 시각이나 사고가 엿보인다는 게 흠입니다.


이제 <막스 밀러>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의 말로 오늘 글을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어린시절은 그 나름의 비밀과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누가 그걸 적절히 표현할 수 있으며 그 뜻을 풀어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이 고요하고 경이로운 어린 숲을 지나왔다. 우리들은 한 때 그 지극한 행복감에서 눈을 떴으며 인생의 아름다운 현실에 밀물처럼 밀려와 우리의 영혼에 흘러 넘쳤다" < 막스 밀러 >


즐거운 주말 되세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