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학

사마르칸드, 그리고 타니오스의 바위

[책갈피] 2005. 8. 10. 18:39
 

사마르칸드, 그리고 타니오스의 바위 


재작년 9.11테러 및 이를 빌미로 한 미국의 아프간 침공사태, 최근 격화양상을 보이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처절한 보복전쟁, 미국의 일방적인 종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1여년을 끌고 있는 이라크 전쟁 등으로 세계의 관심은 중동에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9.11사태 이후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의 역사와 문화, 종교, 철학 그리고 중동사태에 대한 분석서들이 작년 말부터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슬람 문화 -철학,역사,종교 등- 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지방문을을 통해서 체득하는 방법이 되겠고, 또 하나는 전문서적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원하는 정보를 폭 넓게 접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많은 애로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나름대로 그네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까하여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슬람 문명권 작가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슬람권 작가의 작품중 우리 나라에 소개된 책은 그리 많지 않아 기껏 10권 안팎입니다.

레바논 출신인 <아민말루프>의 「사마르칸드」,「동쪽의 계단」,「타니오스의 바위」,「마니」, 터키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하얀성」, 「내이름은 빨강」, 알바니아 출신인 <이스마일 카다레>의 「죽은 군대의 장군」,「부서진 사월」,「H서류」,「돌에 새긴 연대기」등이 바로 그 것입니다. 이들 작품은 하나같이 작품성이 뛰어남은 물론 소설적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아민 말루프>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중 「사마르칸드」와 「타니오스의 바위」에 대하여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작가 <아민말루프>를 소개하자면 그는 1949년 레바논에서 태어나서 베이루트 대학에서 정치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12년 동안 아랍어권 주요 일간지에서 국제부 기자로 활약하다 1976년 종교분쟁에 휩싸인 조국을 떠나 파리에 정착하게 됩니다. 1986년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그의 소설들은 여섯 편이 모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처녀작 발표 이후 곧바로 대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사실적인 문체와 신비로운 분위기가 절묘하게 조화된 작품들로 1988년에 프랑스출판협회상, 1993년에 콩쿠르상을 수상했습니다.


11세기 페르시아를 풍미했던 철학자이자 수학자이며 시인이었던 <오마르 하이얌>의 파란만장한 일생과, 그의 4행시집 《루바이야트》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소설인「사마르칸드」. 1988년 프랑스출판협회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발간 당시 프랑스에서 수개월간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면서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대표작입니다.

 

 

 오늘날 이슬람 문학의 백미로 평가되고 있는 《루바이야트》라는 4행시집을 남긴 <오마르 하이얌>의 일생을 그린 「사마르칸드」는,  전반부에서 중세 이슬람문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그리는 듯하다가 후반부에  들어서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로 건너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해방과 혁명을 위해 투쟁한  페르시아 후예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대작입니다.

그 800년의 세월을 이어주는 다리가 바로 <오마르 하이얌>의 4행시집 《루바이야트》이며,  그 배경은   '실크로드의 끝'이라 불리는  사마르칸드를  비롯한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들입니다.

프랑스 평론가들에 의해 '20세기의 천일야화'라는 찬사를 듣기도 한 소설 「사마르칸드」는, 영국의 시인 피츠제럴드가 번역함으로써 서구에 알려지게 된 한 대시인의 전기이자 그가 남긴 시집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책의 일대기'이며, 페르시아, 곧 오늘날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의 근대사를 기록한 역사서로도 읽히고 있습니다.



 

1993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소설「타니오스의 바위」는, 한 바위산에 내려오는 전설을 통해 19세기의 격동하는 세계정세에 힘없이 휘말린 한 마을의 역사를 신화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1830년대 오스만 제국과 이집트, 영국, 프랑스가 이권 대결을 벌이며 군침을 흘리던 레바논의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한 마을에 관한 흥미진진한 연대기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한 국가의 운명에 관한 아름답고도 가슴 아픈 잠언입니다. 작가는 그 시대가 우연처럼 만들어 내는 위험한 관문들을 통과하는 <타니오스>라는 전설적 인물의 기구한 삶을 통해 오늘날에도 분열과 내전을 겪고 있는 레바논의 운명을 조명하고, 고향을 등지고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끊임없는 민족간, 종교간 갈등으로 끝내 조국을 떠나야 했던 작가 자신의 처절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1976년 조국 레바논을 피로 물들인 내전에 환멸을 느껴 프랑스로 이주해서 현재는 대서양 연안의 작은 섬 에서 소설에만 전념하고 있는 <말루프>는 분쟁과 반목의 시대를 향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제 3세계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의 작품들은 제 3세계 약소민족임을 부인할 수 없는 우리로 하여금 '동료'가 주는 가슴 서늘한 경고를 느끼게 합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념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등을 돌리지 말고. 인간의 길은 용서와 포용과 화해이며, 싸움의 끝은 공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