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걸음으로 가다[원제 : Im Krebsgang]
게걸음으로 가다[원제 : Im Krebsgang]
오늘은 6.25 기념일. 어떤 달력에는 6.25 사변일로 적혀 있기도 하지요. 물론 독일과의 축구 결승진출을 다투는 날이기도 하고요. 모두들 희망으로 들떠있는 이 때에 6.25를 다시 생각하며 전쟁의 참혹함을 얘기하려 합니다. 오늘 같은 날 전쟁의 참혹함을 얘기하는 것이 월드컵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겐 6.25라는 사건은 너무도 중요하며, 현재의 우리가 처한 환경이나 위치도 6.25라는 사건에 의하여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6.25는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요.
우리 님들은 역사상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해양사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타이타닉>호의 침몰? 네! <타이타닉>호의 침몰로 무려 1,500여명의 생명이 스러져 갔지요. 그러나 이보다도 5배가 넘는 8,000여명의 목숨 -그중 4,000여명의 어린이도 포함된다- 을 앗아간 <구스틀로프>호의 침몰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해양재난 사고임에도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2차 세계대전의 발발국인 독일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희생자가 독일인이였으며, 승전국 러시아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라서?
요즘 미국의 침공으로 초토화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참상에 대해 말하는 걸 금기시 하듯......
일전에 월드컵개막식 『헌시』 발표관계로 우리 나라에 온 바 있는 <귄터그라스>의 『게걸음으로 가다』는 <구스틀로프>호의 침몰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입니다. <귄터그라스>는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양철북』,『무당개구리의 울음』,『넙치』등을 발표한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지요.
[Grass, Gunter ]
<구스틀로프>호는 <히틀러>의 명령으로 1936년 건조된 배. 이름은 <다비드 프랑크푸르터>라는 유대인에게 암살당한 나치당원 <빌헬름 구스틀로프>에게서 따왔다. 여객선으로 건조된 <구스틀로프>호는 2차 대전 발발과 함께 피난민 수송선으로 바뀌는데, 1945년 피난민을 가득 태우고 가던 중 소련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격침당하게 된다. 이때 8,000여명의 독일 민간인이 수장된다.
<그라스>는 독일이 저지른 아우슈비츠 만행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 사건을 들춰낸다. 소설은 <그라스>의 분신인 '나'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어머니로부터 <구스틀로프>호에 관한 소설을 쓰라고 압력을 받던 '나'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던 중 <콘라트>라는 인물을 만난다. 나치이념을 전파하는 <콘라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결국 글을 쓰기로 결정한다.
한편 <콘라트>는 인터넷에서 <다비드>라는 ID를 사용하는, <다비드 프랑크푸르터>를 지지하는 청년을 알게 돼 논쟁을 벌인다. 실제로 <다비드>를 만난 날 <콘라트>는 그를 살해한다. <콘라트>가 감옥에 갇히자 그를 기리는 웹사이트가 나타나고 '나'는 극우세력의 뿌리가 뽑히지 않는 것을 통탄한다.
작가는 "기피 주제를 우파 인사들에게 내맡겨서는 안된다"며 이 소설을 쓴 이유를 밝혔습니다. 오늘날 작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케 하는 작품입니다.
오늘은 이 작품의 당사자인 독일과의 월드컵 결승진출을 다투는 날입니다.
우리 나라의 축구 결승진출을 기원하며...........
아울러 <구스틀로프>호 승객의 명복을 빌며....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