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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발견[Die Entdeckung der Langsamkeit]

[책갈피] 2009. 4. 7. 14:10

느림의 발견[Die Entdeckung der Langsamkeit]


영국의 탐험가 ‘존 프랭클린’의 삶을 그린 <스텐 나돌니>의 소설『느림의 발견』은 느린 속도로 인생을 개척해나간 한 탐험가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점진적인 전환과 느린 발달과정을 통해 인생을 창조해낸 한 인간의 삶을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역사의 기록에는 실패한 탐험가로 남아 있지만, 이 소설 속에서 프랭클린은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탐험한 위대한 도전자로 묘사된다.  독자가 소설을 더 잘 이해하자면 먼저, ‘존 프랭클린’의 실제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존 프랭클린(Sir. John Franklin)

 

  영국의 해군소장이자 탐험가(1786~1847)로 알려져 있다. 14세 때 영국 해군에 들어가 매슈 플린더스의 오스트레일리아 탐험(1801~03)에 따라 나섰고, 트라팔가르 해전(1805)과 뉴올리언스 전투(1814)에 참전했다. 1818년 북극점에 도달하려 했던 ‘데이비드 뷰컨’ 대령의 북극 탐험 때 ‘트렌트 호’를 지휘했다. 1819~1822년에는 허드슨 만 서쪽 해안에서 북극해까지 육로로 탐험하고, 북서부 캐나다 코퍼마인 강 동쪽 유역 일부를 조사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 『1819, 1820, 1821, 1822년의 북극해 연안 탐험기 Narrative of a Journey to the Shores of the Polar Sea, in the Years 1819, 1820, 1821, and 1822』(1823)를 출판했다.

1825~1827년에 두 번째로 행한 같은 지역 육로 탐험에서는 북서부 캐나다 매켄지 강 하구에서 북아메리카 해안을 따라 서쪽을 향해 지금의 알래스카에 있는 포인트비치까지 간 탐험대를 이끌었다. 또 다른 탐험대는 매켄지 강 하구에서 동쪽으로 가서 코퍼마인 강에 이르렀다. 북아메리카 해안 북서부 1,932㎞에 걸친 지역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이러한 시도는 그의 『1825, 1826, 1827년의 2번째 북극해 연안 탐험기 Narrative of a Second Expedition to the Shores of the Polar Sea, in the Years 1825, 1826, and 1827』(1828)에 설명되어 있다.  1829년 기사작위를 받았고, 1836~43년에는 지금의 태즈메이니아인 반 디멘즈 랜드에서 총독으로 재임했다.

1845년 5월 18일에 '에레보스' 호와 '테러' 호 등 두 척의 배를 이끌고 138명의 장교와 선원을 동반해 북서항로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올랐다. 이들의 배는 7월 25일 랭커스터 해협으로 진입했는데, 배핀 섬 북쪽에 있던 포경선에 의해 목격된 것이 이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1847년 아무런 연락이 없자 수색대가 파견되었다. 그 후로도 12년 동안 이들 탐험가를 찾기 위한 여러 차례의 다양한 탐사가 있었으나 1859년까지 이들의 운명은 알 길이 없었다. 1857년 프랭클린의 두 번째 아내인 제인 프랭클린 부인에 의해 구성되어 프랜시스 레오폴드 매클린턱 대령이 지휘하는 최후의 수색 겸 구조대가 랭커스터 해협 남서쪽의 킹윌리엄스 섬에 도착했다. 이 섬에서 선원들의 유해와 1848년 4월 25일까지 계속 써내려간 탐험기록이 발견되었다.

 

 『느림의 발견』은 프랭클린이 남긴 편지와 기록에 의지해 작가가 40여 년의 준비를 거쳐 완성한 작품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 프랭클린의 일생을 문학적으로 재조명한다.

작가는 촘촘한 관찰과 심리묘사를 통해 프랭클린이라는 인물의 모습을 천천히 만들어나가면서, 그 속에 '느림'에 대한 진리와 통찰을 담아냈다.  느리고 굼뜬 행동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았던 프랭클린은 남들만큼 속도를  체득하지는 못하지만, 느린 본성 덕에 인간과 사물에 대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된 그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선원이 되어 탐험을 떠난다. 

프랭클린은 험난한 항해와 전쟁을 겪으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세부를 향한 시선'과 확정된 계획을 따르면서 매순간 속도를 높이는 '고정된 시선'을 얻는다. 이러한 두 가지 시선은 훗날 '프랭클린 시스템'이라 불리는 효율적인 조직 체계의 토대가 된다.

그는 북서항로를 개척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탐험대장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식민지 태즈메이니아의 총독으로 재임하며 이 시스템을 정착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비록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그의 '느림'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아니하든 가속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속도를 높이지 않는 사람, 정지해 있는 사람은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오래전부터 경제는 속도를 생명으로 여기고 있다.  더 빨리, 더 좋게, 더 많이, 경제는 성장을 요구하고, 성장은 가속을 요구하고, 가속은 힘과 시간과 목숨을 요구한다. '더 빨리 살아라, 그러면 더 빨리 끝난다!' 형이상학적으로 보면 끊임없이 속도를 높이고자 하는 욕망 뒤에는 죽음에 대한 은밀한 동경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묘하게도 끊임없는 성장을 통해 시간의 한계와 죽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가 숨겨져 있다. '더 빠를수록 더 활기차다!'라는 생각은 가속으로 노화와 죽음을 몰아낼 수 있다는 일종의 환상이다.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근본적인 오류인 셈이다.  따라서 속도에서 벗어나자! 삶으로 돌아가자! 지금 여기에서!


지은이 : 스텐 나돌니[Sten Nadolny]

1942년 7월 29일 제드니크에서 태어나 괴팅겐, 튀빙겐, 베를린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역사 교사로 재직했으며 바이에른 예술 아카데미의 회원이다.  1981년 첫 소설 『프리패스』를 출간했다.  대표작 『느림의 발견』(1983)은 그의 두 번째 소설로 1부만 집필된 상태에서 최고 권위의 ‘잉게보르크 바하만’ 상(1980)을 수상했다.  출간 전부터 언론과 문단의 주목을 받은 이 소설은 ‘한스 팔라다’ 상(1985), 최우수 외국 문학작품에 수여되는 이탈리아 최고의 상인 ‘프레미오 발롬브로사’ 상을 수상(1986)하는 등 유럽의 저명한 상은 모조리 휩쓸었다. 이로써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나돌니는 『무례의 신』(1994), 『그와 나』(1999)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