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작가 단편선

바벨의 도서관[La Biblioteca de Babel]

[책갈피] 2008. 8. 8. 08:35

바벨의 도서관[La Biblioteca de Babel]


Jorge Luis Borges(1899~1986)


이 방식을 통해 당신은 스물세 개의 글자가 어떻게 여러 가지로 변용되는가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음울의 해부> 제2부, 2편, 4항


   우주―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으로 부르는―는 부정수 혹은 무한수로 된 육각형의 진열실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낮게 난간이 둘러져 있는 이 진열실들 사이에는 거대한 환기 구멍이 나 있다. 그 어떤 육각형 진열실에서도 끝없이 뻗어 있는 모든 위층들과 아래층들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진열실들의 배치 구도는 일정하다. 각 진열실에는 두 면을 제외하고 각 면마다 다섯 개씩, 모두 스무 개의 책장들이 늘어서 있다. 책장의 높이는 각 층의 높이와 같고, 보통 체구를 가진 도서관 사서의 키를 간신히 웃돌 정도이다. 책장이 놓여 있지 않는 두 면들 중의 하나는 비좁은 현관으로 통해 있다. 그 현관은 모두가 똑같은 형태와 크기를 가진 다른 진열실로 연결되어 있다. 현 관의 왼편과 오른편에는 각기 다른 아주 작은 방이 하나씩 있다. 하나는 서서 잠을 자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용변을 보는 곳이다. 현관에는 나선형 계단이 나 있는데 계단은 아득하게 위아래로 치솟거나 내려가 있다.

 

 

 


   현관에는 거울 하나가 있다. 그 거울은 겉모양을 충실하게 복제한다. 사람들은 이 거울을 통해 ‘도서관’은 무한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곤 했다. (만일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이 환영 같은 복제는 왜 존재한단 말인가.) 나는 그 반짝거리는 표면이 무한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확증시켜준다고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거울 빛은 등이라는 이름을 가진 몇 개의 둥근 과일로부터 유래한다. 각 육각형마다 서로 교차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두 개의 등이 있다. 등들이 발하는 불빛은 충분히 밝지는 않으나 꺼지지 않고 항상 켜 있다.


   ‘도서관’의 여느 사람들처럼 나는 젊은 시절 여행을 했다. 나는 한 권의 책, 아니 아마 책목록에 대한 목록을 찾아 방황을 했다. 내 눈이 현재 내가 쓰고 있는 글조차 거의 볼 수 없게 된 지금 나는 내가 태어났던 육각형으로부터 몇 레구아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내 죽음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일단 내가 죽어버리면 나를 난간 너머로 밀칠 경건한 손들 같은 것은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나의 무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기가 될 것이다. 나의 몸뚱이는 끝없이 가라앉을 것이고, 부식할 것이고, 영원한 추락이 일으키는 바람 속에 용해될 것이다. 나는 ‘도서관’은 끝이 없다고 단언한다. 관념론자들은 육각형의 방들이 절대적 공간, 또는 적어도 공간에 대한 우리들의 직관을 표상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형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삼각형, 또는 오각형 방은 상상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든다.(신비주의자들은 종교적 열락에 이르면 둥근 책 하나가 놓여 있는 둥근 방이 보인다고 한다. 그 책의 책등은 끝이 없고, 하나의 완전한 원인 벽들을 따라 둘러져 있다. 그러나 그들의 증언은 의심스럽다. 그들의 말은 애매모호하다. 그 둥근 책은 ‘신’이다.) 지금으로서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격언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족하리라. <도서관은 구체로 되어 있다. 그것의 정 중심은 각 개의 육각형이고, 그것의 원주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각 육각형 진열실의 각 벽마다 다섯 개의 책장이 놓여 있다. 각 책장에는 똑같은 모형으로 된 서른두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각 책은 410페이지로 되어 있다. 각 페이지는 40줄, 각 줄은 흑색 활자로 찍힌 약 80개의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책등에도 글자들이 있다. 이 글자들은 책에서 무엇이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말하고 있거나 예시하고 있지 않다. 한때 나는 이러한 불일치가 의아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왜 그러할까 하는 것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전에 (그 답이 가진 비극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발견은 아마 역사에 있어 주요한 사건이다.)나는 몇 가지 공리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첫 번째 공리, ‘도서관’은 영원으로부터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즉각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은 세계의 미래가 영원하리라는 것이다. 불완전한 사서인 인간은 우연, 또는 심술궂은 조물주들의 작품일는지도 모른다. 서가들, 암호로 된 책들, 방문객들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층계들, 그리고 앉아서 생활하는 사서들을 위한 변소가 있는 천부적으로 우아한 자질을 타고난 우주만이 신의 작품일 수가 있다.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이해하기를 원한다면 실수를 범하기 쉬운 나의 손이 어떤 책의 표지에 휘갈겨 쓴 조악하고 삐뚤삐뚤한 글자들과, 책 안에 들어 있는 정확하고 섬세하게고 완전히 까맣고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균형을 가진 체계적인 글자들을 비교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두 번째 공리, 알파벳 철자의 수는 스물다섯 개이다.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러한 발견은 ‘도서관’에 대한 개론을 세우고, 그 어떤 가정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했던 한 문제를 만족스럽게 풀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거의 모든 책들이 형체가 일정치 않고 혼란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나의 부친이 1549구역에 있는 한 육각형 진열실에서 본 책은 MCV라는 글자들로만 되어 있었다. 그 책은 외곬으로 첫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그 글자들로만 씌어 있었다. 또 다른 어떤 책(이 구역의 책들 중 아주 자주 열람이 되는) 은 단순한 글자들의 ‘미로’로 되어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장에는 <오, 시간, 너의 피라미드들이여>라고 씌여 있다. 이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책은 단 한 줄의 타당성 있는 말, 또는 한 마디의 직언을 위해 무의미한 중언부언, 앞뒤가 안 맞은 말, 그리고 뒤죽박죽의 언사를 수십 킬로미터씩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서들이 책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헛되고 미신적인 습관을 거부하고, 그러한 행위를 꿈이나 한 사람의 손바닥에 나 있는 뒤엉킨 손금들을 가지고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행위와 똑같이 취급하는 한 난폭한 지역을 안다.  그들은 글쓰기의 발명가들이 원초적인 스물다섯 개의 알파벳을 모방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적용이 우연에 불과하고, 책들은 그 자체로서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곧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견해가 전적으로 오류는 아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그러한 책들이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그것들이 고어나, 알지 못하는 어떤 외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왔다. 사실, 태고 적의 사람들, 최초의 도서관 사서들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언어와는 매우 다른 언어를 썼다. 사실, 오른쪽으로부터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방언이고, 위로 90층 올라가는 곳에 있는 언어는 해독이 불가능하다. 되풀이 말하건데 이 모든 것들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혀 변화가 없는 MCV로 되어 있는 410페이지는 얼마만큼 사투리적이건, 또는 고대어이건 간에 그것은 그 어떤 언어에도 속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주장하기를 각 글자는 이어지는 다음 글자에 영향을 미치고, 71페이지 세 번째 줄에 있는 MCV의 가치는 다른 페이지의 다른 지점에 있는 같은 일련의 글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는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리송한 논지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암호 표기법을 떠올렸다. 비록 원래 그것을 썼던 사람이 그렇게 의도하고 썼으리라는 뜻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추측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500년 전, 상부 육각형의 책임자가 다른 책들처럼 혼란스러운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책은 거의 두 페이지가 동일한 행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발견물을 한 방랑하는 암호 해독가에게 보여주었다. 그 암호 해독가는 그에게 그 행들이 포루투갈어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들이 이디쉬어라고 말했다. 1세기가 흘러가기 전 그는 그 언어의 정체를 밝혀냈다. 그것은 고대 아랍어의 어형 변화를 가진 과라니어의 사모예드-리투아니아식 방언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내용 또한 해독되었다. 그것은 제한 없는 반복을 통한 다양한 변용들을 예로 조합분석의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다. 이러한 일례들은 한 천재적인 사서로 하여금 ‘도서관’이 가진 기본적인 법칙들을 발견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이 사상가는 모든 책은 서로 얼마간 다르건 간에 동일한 원소로 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즉 띄어쓰기에 따른 공백과 마침표와, 쉼표, 그리고 스물두개의 알파벳 철자. 또한 그는 모든 도서관 열람자들이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도서관'이 거대하다 할지라도 똑같은 두 권의 책은 없다.> 이러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전제들로부터 그는 ‘도서관’이 총체적이고, 그곳의 책장들은 20여개가 넘는 그 철자기호들이 가능한 한 모든 조합(그 숫자는 아주 방대하지만 무한하지는 않다), 즉 모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것을 총망라하고 있다는 것을 추론해냈다. 모든 것. 미래의 아주 세세한 역사, 대천사들의 자서전, ‘도서관’의 신실한 목록, 셀 수 없이 많은 거짓 목록들, 그러한 목록들이 가진 오류에 대한 증거, 진실한 목록이 가진 오류에 대한 증거, 바실리데스의 그노시스 학파적 복음, 이 복음에 대한 주석, 당신의 죽음에 관한 진정한 이야기, 갖가지 언어들로 씌어진 모든 책들의 번역, 모든 책들과 한 권의 책 사이의 중첩, 베다가 색슨족의 신화에 대해 쓸 수 있었으면서 쓰지 않았던 논문, 타키투스의 소실된 책들.


   ‘도서관’이 모든 책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게 공표되었을 때 사람들이 받은 첫 느낌은 엄청난 행복감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손에 닿지 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어떤 보물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육각형 진열실에 가면 그 어떤 개인적 문제나 세계 보편적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우주는 그 존재 이유가 밝혀졌고, 우주는 순식간에 무궁무진한 희망의 차원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변론서’들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그것들은 영원히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진 고유성을 변호하고, 그리고 그의 미래에 대한 깜짝 놀랄 만한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는 참회서와 예언서들이었다. 탐욕스러운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자신들이 살았던 행복했던 도서관을 버렸고, 각자 자신의 ‘변론서’를 찾으려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층계 위로 내달았다. 그 순례자들은 비좁은 낭하에서 서로 논쟁을 벌이고, 음험한 악담들을 지껄이고, 신성한 층계에서 서로를 목 졸라 죽이고, 자신의 ‘변론서’로 잘못 알았던 책들을 터널의 밑바닥에 버렸고, 뒤이어 당도한 사람들에게 떠밀려 죽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정신이상이 되어버렸다.

 

 

 


   ‘변론서’들은 존재한다. (나는 미래의 사람들, 실제로 존재하게 될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두 권의 책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변론서’를 찾아 나선 사람들은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 또는 그 책들의 불충실한 해적판들이나마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영’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또한 그 당시에는 인류에 관한 기본적인 의문들-‘도서관’과 시간의 기원-이 풀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팽배해 있었다. 이 심원한 질문들이 언어로 해명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매우 그럴 듯해 보인다. 만일 철학자들의 언어만으로 충분치 않다면 다형체의 ‘도서관’은 그것에 필요한 전대미문의 언어, 그리고 이 언어들의 어휘들과 문법들을 만들어냈을 게 아닌가. 사람들은 벌써 4세기 동안 육각형들을 샅샅이 뒤져왔다.  ‘검열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공식적인 수색자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곤 했다. 그들은 항상 지친 몸으로 여행에서 돌아온다. 그들은 잘못했으면 거의 죽을 뻔했던 부서진 층계들에 대해 말하곤 한다. 그들은 진열실들과 층계에 대해 도서관 사서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따금 그들은 무심코 손에 잡히는 책을 집어 들고, 파렴치한 단어들을 찾아내기 위해 그것을 뒤적인다. 그러나 확실히 그들이 어떤 것을 발견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연히 이 터무니 없는 희망 뒤에는 엄청난 절망이 뒤따른다. 어떤 육각형의 어떤 책장에 틀림없이 진귀한 책들이 감추어져 있겠지만 그것들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견길 수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 한 불경한 종파가 모든 수색을 중단하고, 모든 사람들이 개연적이나마 우연의 일치로 그 정전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까지 글자들과 기호들을 이리저리 맞춰보자고 제안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엄중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종파는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그러나 나는, 어린 시절, 금지된 주사위 컵에 금속판들을 담아가지고 변소 안에 숨어 맥없이 신의 무질서를 흉내내는 노인들을 본 적이 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불필요한 책들을 없애버리는 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첩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늘 가짜만은 아닌 신분증을 보여주며 육각형에 침범한 뒤 억지로 책 한 권을 뒤적거려 보고는 서고들의 모든 책들을 쓸모없는 것으로 판결을 내리곤 했다. 수백만 권에 달하는 책이 소실된 것은 그들의 위생학적이고 금욕주의적인 열광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그들의 이름이 저주의 대상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들의 광기에 의해 파기된 ‘보물들’을 애석해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명백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 ‘도서관’은 너무 광대하기 때문에 인간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모든 손실부분은 극소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둘째, 한 권의 책은 유일무이한 것으로서 대체가 불가능하지만 (‘도서관’은 총체적인 것이기 때문에) 항상 그것에 대한 수십만 권의 복사본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단지 글자 하나, 또는 쉼표 하나가 다를 뿐이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나는 감히 ‘정화자’들이 저지른 약탈 행위가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그 광신적인 인물들이 불러일으킨 공포 때문에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지색 육각형>에 소장되어 있던 책들을 정복하고 싶은 망상이 그들을 부추겼다. 그곳의 책들은 보통의 책들보다 크기가 작았는데 그것들은 전지전능했고, 삽화가 들어 있고, 그리고 마술적이었다.


   또한 우리는 그 당시에 팽배해 있던 또 다른 미신에 대해 알고 있다. 소위 ‘책의 인간’에 대한 미신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육각형, 어느 책장에는 (사람들이 추론하기를) ‘나머지 모든 책들’의 암호임과 동시에 그것들에 대한 완전한 해석인 책이 존재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한 사서가 그것을 대략 훑어보았고, 그는 신과 유사하게 되었다. 이 지역의 언어에는 아직도 아득한 옛날의 그 도서관 사서에 대한 숭배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났다. 한 세기에 걸쳐 가능한 모든 곳들을 뒤졌으나 허사였다. 어떻게 그가 거처했던 그 고귀한 비밀의 육각형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사람이 역행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A라는 책을 찾기 위해 먼저 A가 있는 장소를 지시하고 있는 B라는 책을 참조한다. B라는 책을 찾기 위해 먼저 C라는 책을 참조한다. 그리고 그렇게 영원히……

이러한 모험들 속에서 나는 나의 인생의 시간을 탕진하고 낭비했다. 나는 우주의 어떤 책장에 그러한 총체적인 책이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미지의 신들에게 한 사람- 단 한 사람이래도 좋으니, 그 책을 들춰보고, 것을 읽어본 사람이 있기를 기도했다. 만일 영광과 지혜와 행운이 나의 것이 아니라면 그것들이 다른 사람의 것이라도 되게 하소서. 비록 나의 자리가 지옥이라 할지라도 천국이 존재하게 하소서. 내가 능멸을 당하고 죽어 무로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단 한순간, 단 한사람에게라도 당신의 거대한 ‘도서관’이 정당한 것이 되도록 해주소서.

 

 

 

   ‘도서관’에서는 불합리한 게 바로 정상이고, 타당한 것은 ‘유치하고 단순한 일관성조차도’ 거의 기적에 가까울 만큼 예외적인 것이라고 불경한 자들은 말한다.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들은 ‘불안스럽게 다른 책들로 뒤바뀔 위험에 처해 있고, 마치 정신착란에 빠진 신처럼 모든 것을 긍정했다가 부정하고, 그러고 나서는 혼동에 빠져버리는 책들이 소장되어 있는 그런 열병에 걸린 도서관’에 대해 말한다. 무질서를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의 예까지 들고 있는 그 책들의 단어들은 저자들이 가진 혐오스러운 취향과 절망적인 무지를 명백하게 드러내 보인다. 사실, ‘도서관’은 모든 언어 구조들과, 스물 다섯 개의 알파벳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다양한 용법들을 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얼토당토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관장하고 있는 육각형 진열실에서 최고의 걸작은 『가지런히 머리를 빗는 번개』, 또는 『석고의 경련』, 또는 『아사사사스 믈뢰』라는 제목을 가졌다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언뜻 보기에 이러한 단어의 조합은 비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암호 표기법적, 또는 알레고리적 방식에 있어서는 틀림없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정당성은 언어적인 것이며, ‘가설’로서 이미 ‘도서관’에서 인정받고 있다. 나는 다음과 같이 글자들을 섞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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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냐하면 이것은 신성한 ‘도서관’이 예견할 수 없는 것이며, 그리고 도서관이 가진 비밀 언어들 중 그 어떤 언어도 이것의 형편없는 의미체계를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어떤 음절을 내뱉으면 그것은 부드러움과 두려움으로 가득하게 되고, 그것은 그 비밀언어들 중의 그 어떤 언어도 이것의 형편 없는 의미체계를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어떤 음절을 내뱉으면 그것은 부드러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되고, 그것은 그 비밀언어들 중의 하나에서 막강한 어떤 신의 이름이 되어버린다. 말을 한다는 것은 동어반복을 범하는 것을 의미한다. 쓸모없고 장황한 이 서간문은 이미 무한한 육각형들 중 어떤 하나에 있는 다섯 책장들 중의 하나에 꽂혀 있는 30권의 책들 중 하나에 적혀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것에 대한 반론 또한 적혀 있다. (n가지 가능한 언어들은 동일한 어희들은 사용한다. 어떤 언어들에 있어서 ‘도서관’이란 상징은 <두루 널려 있고, 무한히 계속되는 체제로서의 육각형 진열실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도서관’은 ‘빵’이나 ‘피라미드’또는 다른 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도서관을 정의하고 있는 앞의 일곱 단어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나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체계적인 글쓰기는 나로 하여금 인류의 현상황이 아닌 다른 곳에 눈을 돌리게 만든다. 모든 것이 이미 씌어졌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우리는 폐기처분되어 버리거나 환영으로 돌변해 버린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지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책 앞에 부복하여 열정적으로 책장에 입을 맞추지만 그들은 그 책의 단 한 자도 이해하지 못한다. 전염병, 이단 논쟁, 결국은 도적질로 전락하게 되고 마는 순례가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앞 장에서 자살에 대해서도 언급한 걸로 생각하는데 그 수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아마 나이와 두려움이 나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인류-유일한 종족-는 소멸해 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 없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말이다.


   나는 바로 앞에서 ‘무한하고’란 말을 썼다. 나는 수사학적인 관습에 따라 이 형용사를 삽입한 게 아니다. 내 말은 세계가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게 결코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 아득한 곳에 이르면 그들이 상상하는 어떤 모습으로 낭하들과 층계들과 육각형 진열실들이 끝이 날 수도 있다고 가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것은 이치에 어긋난 생각이다. 반대로 세계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책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나는 그 오래된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도서관'은 한계가 없지만 주기적이다.> 만약 어떤 순례자가 어느 방향에서 시작했건 간에 도서관을 가로질렀다고 하자. 몇 세기 후에 그는 똑같은 무질서―이 무질서도 반복되면 질서가 되리라, 신적인 질서―속에서 똑같은 책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리라. 나는 고독 속에서 이 아름다운 기다림으로 가슴이 설레고 있다.

 


                                          마르 델 쁠라따에서,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