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Q & A
인도는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라다. 인도의 국토는 서유럽 전체의 크기와 비슷하고, 남한 면적의 33배나 되는 317㎢ 이며, 인구는 세계인구의 6분의 1에 가까운 11억에 달하고 있다. 또한 지방에 따라 판이한 풍토, 다양한 인종구성, 공용어만도 18종에 이르는 복잡한 언어분포(3,372개의 언어가 존재하며 이중 1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 중인 언어는 216개, 헌법이 인정한 지정 언어는 18개), 힌두교 및 회교 등 각종 이질적인 종교의 공존, 격심한 빈부의 격차, 교육의 차이, 그 외에 수 천년을 내려온 사회신분제도 등 사회구성이 매우 다양한 나라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인도인들은 다양성과 이질감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조화를 이루어가면서 수 천년의 전통을 계승하여 왔다. 종교와 카스트제도는 인도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가장 큰 요소로서, 이를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종교 없는 생활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종교가 생활에 밀착되어 있고 카스트제도 또한 사회생활의 큰 특징이 되고 있다. 카스트 제도는 아직도 많은 국민에게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카스트 제도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 깊은 뿌리를 단기간 내 제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카스 스와루프>의 『Q & A』란 소설은 ‘퀴즈쇼’라는 좀 특이한 소재를 바탕으로 현대 인도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비참한 삶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이루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 한밤중에 경찰에 잡혀가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아시아 최대의 슬럼가', 인도의 다라비(Dharavi). 어느 날 밤, 열여덟 살의 가난한 웨이터인 한 소년이 경찰에 체포된다. 소년의 이름은 람 모하마드 토머스(인도의 다양성을 반영하듯 이름에도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색채가 묻어있다.). 이 소년의 죄목은 TV 퀴즈쇼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 없는 보잘것없는 하층민이 속임수를 쓰지 않고서야 십억 루피(우리 돈으로 215억원 쯤 된다)가 걸려 있는 퀴즈쇼의 까다로운 문제를 모두 맞힐 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상금을 모두 지불할 능력이 없는 퀴즈쇼 제작진들의 음모가 숨겨져 있다. 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그 순간, 한 여자 변호사가 그를 돕겠다고 나선다. 람은 변호사와 퀴즈쇼 녹화 테이프를 보면서 자신이 모든 문제를 맞힐 수 있었던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해나간다. 각각의 문제는 우연히도 모두 람의 삶과 연관돼 있었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과 함께 그의 극적이고 파란만장한 인생 역전기가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는 그 이름만큼이나 다채롭지만 굴곡 많은 삶을 살았다. 간난아기였을 때부터 수도원에 버려진 후 18년간의 인생은 가혹할 정도로 안쓰러운 삶의 연속이었다. 하인, 관광안내원, 주물공장, 웨이터 등의 직업을 전전하며 신부, 왕년의 영화배우, 외교관, 사기꾼 등을 만났으며 그 과정에서 도둑질(선의의), 살인(정당방위), 소년원, 창녀촌, 죽음의 다양한 인생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조금이라도 안정된 삶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하면 가혹한 운명의 신은 어김없이 내 발밑에서 양탄자를 홱 잡아당겼다.' 라는 그의 말처럼 말이다.
작가는 인도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풍토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한다. 극심한 빈부격차, 다민족 다종교로 인한 피비린내 나는 내부 분열, 뿌리 깊은 빈곤과 체제의 부조리에 순응한 채 이를 극복하려 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통렬하게 질타한다. 그러나 작가는 자국민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낙천적인 희망을 잃지 않으며, ‘비참하고 불행한 남자’의 인생 역정을 매우 밝고 희극적으로 그려내 보인다. 위트 넘치는 문체와 영화 같은 스토리 전개,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허를 찌르는 반전과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연민 가득한 캐릭터들은 이 책의 재미를 한층 돋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퀴즈쇼로 대변되는 인생의 지식 경연장에서 필요한 것은 결국 제도적으로 습득한 정보가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는 낙천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간애, 용기를 잃지 않고 양심을 지키려는 굳은 의지’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교훈을 말하고 있다.
※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라는 영화는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석권했다.
저자 | 비카스 스와루프
비카스 스와루프는 인도 알라하바드의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알라하바드 대학에서 역사, 심리학, 철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1986년부터 인도 외무부의 외교관으로 터키, 미국, 에티오피아,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근무했다.
정규 업무를 하며 두 달 만에 집필했다는『Q & A』는 2005년 발표된 후 프랑스어, 독일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등 32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2007년 프랑스 전역 400여 개 서점에서 행해진 투표를 통해 파리 도서전 독자상을 수상했고, 2006 남아프리카 부커상, 2005 올해의 베스트 오디오북 및 벤저민 프랭클린 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6 영연방 베스트 퍼스트 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책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중이다. 또한 인도계 월드 뮤지션 <니틴 소니>가 뮤지컬로 제작하여 영국 웨스트엔드에 올릴 예정이다. 2007년 여름에는 영국 BBC 라디오 방송국에서 희곡으로 각색하여 방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