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라틴문학

아르떼미오의 최후[La muerte de Artemio Cruz]

[책갈피] 2007. 5. 22. 09:07
 

아르떼미오의 최후[La muerte de Artemio Cruz]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이면 스웨덴 한림원은 그 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발표한다. 그에 앞서 각국의 언론에서는 유력한 후보자들을 거론하고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어 누가 수상자가 될 것인지 추측기사를 써댄다.  나는 그 추측이 맞았던 때 보다 맞지 않았던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매년 언론에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를 들라하면,  우선 유럽 쪽에선 프랑스의 미셸 투르니에, 르 클레지오, 영국의 도리스 레싱, 네덜란드의 체스 누테붐, 벨기에의 위고 클라우스. 그리고 알바니아 출신의 이스마일 카다레, 미대륙 쪽에선 노먼 메일러와 필립 로스, 중남미 쪽에선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와 페루의 마리오 바르카스 요사,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와 벤 오크리, 소말리아의 누루딘 파라 등을 들 수 있겠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도 수상후보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 오늘(10.11) 스웨덴 한림원은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여사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 했다.  아쉽게도 그녀의 작품 중 읽어 본건 '다섯 째 아이' 뿐이다.

 

노벨문학상은 다른 상과는 달리 수상자를 결정하는 데 지정학적 요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같은 대륙에서 연거푸 수상자를 결정하는 데는 스웨덴 한림원이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의 수상은 올해도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섣부른 예측을 해본다.  왜냐하면 2006년 수상자가 아시아 대륙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이기 때문이다.(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물론 스웨덴 한림원은 이러한 관행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진 않고 있다.

지정학적인 요인으로만 본다면 올해 수상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아메리카 대륙 쪽이 일단은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중남미 대륙에서는 1990년 멕시코의 시인인 오타비아 파스 이후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고, 소설가로 따져보면 1982년 G.G.마르케스가 수상한 이래로 여태껏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남미 쪽에서 수상자가 나온다면 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걸까?  단연 <카를로스 푸엔테스>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국제화한 주역이다. 

그러나 뛰어난 문학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보르헤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푸엔테스도 그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노벨문학상이 그냥 염원으로만 그칠 가능성도 크다.

 

 카를로스 푸엔테스 (Carlos Fuentes)


<푸엔테스>의 대표작이자 중남미문학 ‘간이도서상’ 수상작품인 『아르떼미오의 최후』는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부상한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또한 현대 문학 이론가들은 이 작품을 대표적인 포스트모던 소설이자 탈식민주의 작품이라고 일컫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멕시코 혁명시대를 소설화한 것으로서, 주인공인 아르떼미오 끄루스의 공격적이고도 모순적인 개성을 통해서 마치 프리즘의 분광을 보듯이 혁명의 결과들이 투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고도 독자들에게 생생한 공감을 준다.  주인공 아르떼미 끄루스는 사랑과 우정, 개인적인 행복과, 부자지간의 관계를 희생시켜 가면서 까지, 그야말로 무에서 출발한 사업에서 성공하고 입신양명한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소설은 아르떼미오 끄루스가 임종의 순간에 자기의 일생을 재조명해 보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아르떼미오 이외에도 많은 관련 인물들과 멕시코 역사의 토막들이 산발적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의 임종 침상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마지막은 주인공의 출생, 곧 주인공의 뿌리에 관한 배경이 서술됨과 동시에, 주인공의 죽는 장면이 접치됨으로써 시작과 종말이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의식과 잠재의식 및 무의식의 독백, 그리고 외부적 자기와 내면적 자아간의 대화를 엮어 놓은 것이므로, 보통의 시간 개념상의 순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멕시코의 19세기 중반의, 군웅이 할거하던 내란기와 외세의 침략, 외국 자본가들의 횡포와 독립 투사들의 의거, 사따아나 등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후아레스 자유파들의 투쟁등이 점철되고 있다. 그리고 특히 1910년에 시작된 멕시코 혁명 시대에서 1920년대 후반의 꺼레따로 헌법 제정시기, 그 다음 아르덴미오의 아들 로렌소가 스페인 내란에 참전하여 전사하는 이야기 등, 그야말로 끄루스 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대하 소설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하여 『아르떼미오의 최후』는 희대의 풍운아 아르떼미오가 자신의 임종에 즈음하여, 조부모의 시대로부터 부모의 시대, 그리고 자기와 아들 로렌소의 시대에 이르는 4대의 역사를 회고하고 반성하면서 멕시코의 민족형성과 문화, 외세의 침략과 민족주의, 멕시코의 개혁시대와 혁명, 경제발전과 사회변화, 그리고 근대화에 따른 인심의 변화등을 멕시코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마치 만화경을 보듯이 전개시키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정치는 파편적이고 우리의 역사는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적 전통은 풍요롭다. 나는 우리가 우리의 얼굴 즉, 우리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볼 때가 되어야 비로소 그런 풍요의 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그가 말하는 전통이란 아스텍 문화, 스페인 정복자들이 전해 준 기독교 신앙, 멕시코 혁명의 좌절된 희망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자랑스러운 역사뿐만 아니라 수치와 불명예로 점철된 역사도 모두 포함한다.

 

푸엔테스는 ‘아르떼미오의 최후'에서 멕시코 혁명과 그 이후의 혁명 사회를 소설 주제로 사용하지만, 그 과거를 통해 상징적으로 현대의 관심사를 말하고 조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투영한다. 그러면서 현대의 이상적인 소설이란 모험소설의 모순적인 융합과 실험적인 소설언어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험적 구조, 과거를 통한 현재와 미래의 예언, 다양한 시각의 조화가 바로 ‘아르떼미오의 최후'를 40년 넘게 장수하게 만들면서, 멕시코라는 지리적,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문학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21세기 문학의 지평까지 제공하게 만든 것이다.


프랑스인 <쟉크 죠세>는 『아르떼미오의 최후』를 평하여, “이 작품의 기본적인 테마는 결코 영웅시될 수 없는 혁명가, 비열한 출세주의자, 악랄한 기회주의자인 아르떼미오 끄루스으로 대표되는 멕시코 인에 의해 ‘배반당한 멕시코’ 그 자체‘라고 강조하고서 이 소설을 읽는 독자는 아르떼미오의 길고 긴 임종의 고뇌에 입회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르떼미오의 최후』를 읽으면 현대 멕시코의 뿌리를 알 수 있다.  또한 <카를로스 푸엔데스>가 라틴아메리카 문학권을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자주 거론되는 정상급 작가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카를로스 푸엔테스 (Carlos Fuentes)]

1928년 멕시코 시에서 출생했다.  워싱턴 헨리 쿡 학교에서 수학하고 칠레에서 <호세 도노소>와 함께 공부했다. 1946년 멕시코 대학을 마치고 제네바의 고등교육연구소에서 수학하고, 1950년대에는 멕시코시티의 유엔 홍보국에서 근무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컬럼비아 대학, 하버드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 프린스턴 대학 등에서 강의했다.  그는 멕시코의 대표 소설가로서,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원로 작가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시인이요, 사상가이며 희곡 작가로서도 유명하다.

1967년 세익스 바랄 출판사 간이도서 상, 1975년 비야우르티아 상, 1977년 로물로 가예고스 상, 1979년 알폰소 레예스 상, 1984년 멕시코 국가문학상을 수상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조이스’로 불리며 라틴아메리카의 지성계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의 사상에는 <레오뽈도 세아>와 <옥따비오 빠스> 같은 멕시코의 대 지성들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엿보이며, 소설 기법 면에서는 <윌리엄 포크너>와 <존 도스 패소스> 등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의 모든 소설들은 기법상의 엄밀한 실제성과 강력한 사회적 내용으로 특징 지워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가면을 쓴 나날들』, 『양심』, 『아르테미오 크루스의 죽음』, 『아우라』, 『장님들의 노래』, 『허물벗기』, 『테라 노스트라』, 『뱃속의 크리스토발』, 『디아나 혹은 외로운 사냥꾼』, 『유리 국경선』, 『라우라 디아스의 세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