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2007. 4. 4. 17:29

 

댄서[Dancer]


소련에서 망명한 후 20세기를 대표하는 발레 댄서로 이름을 떨친 ‘루돌프 누레예프’의 화려하고도 극적인 삶을 조명한 소설 『댄서』.  소련의 변방에서 태어난 한 소년이 모스크바 키로프 발레단의 주요 무용수가 되고,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1961년에 서방으로 망명해 국제적인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은 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천재 발레리노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린다.

 

 

작가인 <콜럼 매칸>은 누레예프와 관련된 역사적 자료와 그와 관련된 수십 명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저 춤추는 것을 마냥 좋아했던 한 소년이 전 세계가 알아주는 발레리노로 성장하기까지, 그의 서로 다른 모습들을 모자이크처럼 짜맞추어 나간다.  즉 발레 댄서로서의 누레예프뿐 아니라 춤 연습에 골몰하는 소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가여운 남자, 욕망을 쫓아 헤매는 동성애자 등 다양한 얼굴들을 이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그가 처음 춤을 선보였던 병원의 간호사, 레닌그라드에서 같이 발레를 배우던 동료를 비롯해 가족과 그를 가르쳤던 교사들, 옆에서 그를 지켜보았던 친구들, 그의 시기를 받았던 경쟁자뿐 아니라, 심지어는 신발 제조공과 마사지사, 뉴욕에서 사귀었던 앤디 워홀 등을 통해서 진지한 댄서이자, 막간을 이용해 섹스 파트너를 찾아 나설 정도로 충동적이었던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누레예프는 고집 세고 광적이며, 참을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러우면서도 관대하고, 또 외로운 사람으로 표현된다.

 

 

 

 

1961년 파리로 ‘자유를 향한 도약’을 한 그는 춤을 춰야 하는, 소련에 남은 가족들은 아랑곳 않고 자유롭게 춤을 춰야 하는 타고난 댄서였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 최고의 자본주의자가 되었고, 비틀즈만큼 유명한 슈퍼스타였으며, 마고트 폰테인과 700번 이상 공연을 한 그는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케네디 부부를 만나 교분도 쌓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했다.  마침내 단 48시간 동안만 유효한 비자를 받아 고향 우파로 날아간 그는,  30여 년만에 어머니 침대 곁에 앉지만, 세계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그를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끝내 알아보지 못한다. 


 

[책 속으로……]

음악이 그의 근육 곳곳을 파고들고 조명들이 핑핑 돈다.  ……  그의 한쪽 어깨가 다른 쪽 어깨를 찾아가고, 그의 오른쪽 발가락은 왼쪽 무릎을 익히 알아, 높이와 깊이, 형상과 통제력, 손목을 비틀고, 팔꿈치를 구부리고, 목은 갸우뚱, 선율은 동맥을 파고드는데, 이제 그는 허공을 박차고 오른다. 근육이 기억하는 이상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려 애쓴다.  마지막으로 대차게 한번 허벅지에 힘을 가해, 가능한 한 형상을 길게 늘여, 인간의 외형을 해방시킨다. 그렇게 그는 더 높이 올라 허공에 머무는 것이다.


[콜럼 매칸 Colum McCann]

196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스물한 살 때 자전거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지를 여행한 후 일본을 거쳐,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다. 《뉴요커》 《뉴욕 타임스》 《GQ》 등에 글을 쓰기도 했으며 현재는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댄서』는, 『슬로 블랙 리버에서의 낚시』, 『노래하는 개』, 『빛의 내면』, 『이 나라의 모든 것은』에 이은 그의 다섯 번 째 책이다.